변협 “스토킹 범죄 피해자 ‘실질적 보호제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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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9월 19일 1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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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피살된 역무원 A 씨를 추모하는 메모들이 붙어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피살된 역무원 A 씨를 추모하는 메모들이 붙어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대한변호사협회는 19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는 스토킹 범죄 피해자의 적극 보호를 위한 ‘피해자 보호명령제도’와 ‘조건부 석방제도’ 도입 등 피해자의 실질적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에 즉각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변협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14일 여성 역무원이 불법 촬영 및 스토킹 범죄로 불구속 재판을 받던 가해자에 의해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변협은 “피해자의 안타까운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수사당국의 엄정한 수사와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한다”며 “스토킹 범죄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 ‘피해자 보호명령제도’와 ‘조건부 석방제도’ 등 제도 개선책의 조속한 마련을 촉구한다”고 했다.

변협은 이어 “급증하는 스토킹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지난해 10월 발효돼 시행됐다. 하지만 스토킹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교제 살인 범죄와 더불어 더욱 흉포화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비극적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 현상은 사법 절차에서 피해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점, 적시에 필요한 예방적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점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변협은 그러면서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가해자 처벌과 (경찰에 의한) 긴급조치 등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 경찰-검찰-법원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형사사법절차 과정에서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절차적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스토킹 범죄에 있어 피해자의 실질적 보호를 위해서는, 추가적 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전문가의 정신과적 진료와 상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피해자 신변경호 인력 배치 등 상황에 따른 안전조치 도입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며 “이 같은 안전 조치를 피해자가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법원에 직접 신청해 보호받을 수 있도록 강화된 ‘피해자 보호명령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신변안전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이를 상세하게 유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 경우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같이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거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같이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을 스토킹 범죄에 준용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법원이 스토킹 범죄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석방) 시에는, 가해자의 활동 반경을 제한하고, 능동적 감시가 가능하도록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등 선제적인 공권력의 개입과 제한 조치를 감수하도록 하는 조건을 붙이는 ‘조건부 석방제도’를 마련하는 보완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변협은 “피해자의 인권보호 측면에서 이번 신당역 여성 역무원 살해사건을 엄중하게 인식한다”며 “정부와 국회의 스토킹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피해자의 실질적 신변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입법 추진을 촉구한다”고 했다.

신당역 사건은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 전모 씨가 법원의 선고를 하루 앞둔 이달 14일 피해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다. 전 씨는 피해 여성의 입사 동기로, 3년여 전부터 피해자를 스토킹 했다. 피해 여성은 지난해 10월 전 씨를 경찰에 불법 촬영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전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피해 여성은 올 1월 스토킹 혐의로 재차 고소했지만 전 씨의 스토킹은 계속됐다. 결국 전 씨는 법원 선고 하루 전날 피해자를 살해했다. 살해 당일 전 씨는 법원에 두 달 치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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