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체복무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음으로 형사재판 넘겨져 [법조 Zoom In]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4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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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 대체복무는 징벌적”

종교적 신념 등 양심의 자유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36개월간 합숙 생활을 하는 현행 대체복무제가 징벌적 성격을 띤다며 대체복무 이행을 거부해 지난달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대체복무를 거부해 형사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지법 형사5단독(부장판사 황혜민)은 23일 대체역 소집을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지난달 11일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A 씨의 첫 재판을 열었다. A 씨는 앞선 2015년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군 입대를 거부해 재판에 넘겨졌으나 2020년 7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다.

이날 검찰은 “A 씨가 올 1월 대체역 소집 통지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아 병역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반면 A 씨 측은 “현행 대체복무제는 복무 기간이 국제 기준에 비춰 지나치게 길고 복무 규정도 제한이 많아 병역 거부에 대한 징벌적 성격을 띠기에 거부한 것”이라며 “대체복무가 이전의 형사처벌에 버금갈 정도로 가혹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대체복무제는 2018년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방안을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 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도입됐다. 현행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대체역법)은 병무청 심사를 거쳐 선발되는 대체복무요원들이 육군 현역병(18개월)의 2배인 36개월 동안 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합숙하며 복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등 국제기구들은 대체복무 기간이 군 복무의 1.5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2018년 현행 대체역법 발의 당시 정부는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병의 1.5배인 27개월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병역기피 수단 악용 우려와 부정적 여론 등을 들어 36개월로 정했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징벌적 대체복무제”라는 비판과 “현역병과의 공정성을 고려할 때 합당한 수준”이라는 주장이 현재까지 맞서고 있다.

2018년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헌재는 “복무의 기간이나 고역의 정도가 과도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라 하더라도 도저히 이를 선택하게 어렵게 만드는 것은 대체복무제를 유명무실하게 하거나 징벌로 기능하게 할 수 있으며 또 다른 기본권 침해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현행 대체역법의 기본권 침해 여부 등과 관련한 헌법소원을 지난해 1월 처음 접수해 현재 관련 사건 40여 건을 심리 중이지만 2건을 각하한 것을 제외하고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A 씨 측 변호인 김진우 변호사는 “A 씨는 앞서 6년 간 재판을 받으며 누구보다 대체복무를 기대했지만 가혹하게 설계된 대체복무제 때문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며 “A 씨는 국가에 대한 의무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의무 이행의 방법이 징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입견을 배제하고 실제 대체복무를 선택하는 이들이 얼마나 가혹한 환경에 처하게 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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