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찰 서열 3번째 계급인 치안감 인사를 단행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인사 내용을 번복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가 31년만에 사실상 경찰국 신설을 발표한 당일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
특히 행안부의 책임이 아니다‘던 첫 해명 역시 ’행안부도 책임이 있다‘고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여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21일 오후 유재성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사이버수사국장을 경찰청 국수본 수사국장으로 내정하는 등 치안감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불과 2시간여만에 윤승영 충남경찰청 자치경찰부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으로 내정하는 수정된 인사안을 발표했다. 이에 유 국장은 현 보직에 남게 됐다.
유 국장 외에 보직이 변경된 인원은 총 6명이다. 당초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 김수영 경기남부경찰청 분당경찰서장이 내정됐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김준철 광주경찰청장으로 바뀌었다. 김 서장은 대신 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으로 치안감 승진 후 발령됐다.
경찰청 교통국장에는 김학관 경찰청 기획조정관이 내정됐으나 정용근 충북경찰청장으로 변경됐다. 대신 김 조정관은 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으로 내정됐다. 당초 경찰청 국수본 사이버수사국장으로 내정됐던 최주원 경찰청 국수본 과학수사관리관은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으로 변경됐다. 중앙경찰학교장에는 정용근 충북경찰청장 대신 이명교 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이 내정됐다.
이외에 나머지 치안감 인사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형세 전북경찰청장은 경찰청 외사국장으로, 송병일 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은 경찰인재개발원장으로, 우종수 경찰청 국수본 형사국장은 서울경찰청 수사차장으로, 김남현 경기북부경찰청장은 대구경찰청장으로, 임용환 경찰청 외사국장은 광주경찰청장으로, 박성주 경찰청 국수본 수사국장은 울산경찰청장으로, 이문수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은 경기북부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인사 명단이 협의 과정에서 여러 안이 있는데, 실무자가 최종안을 올려야 하는데 잘못 올렸다”며 “실무자가 인사 발령자 확인을 하고 전화를 받는 과정에서 뒤늦게 오류를 발견했다”고 해명했다. 행안부가 관여한 것은 없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후 경찰은 행안부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반대 해명을 다시 내놓아 인사 내용 번복에 의한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안 중에 ’이게 최종본이다‘ 하고 행안부 쪽에서 통보를 받아 내부망에 게시했는데 이후 행안부에서 ’그게 최종본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청 실무자가 아니라 행안부에서 실수한 거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행안부도 잘못 보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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