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회의 평검사 200명 “검수완박은 범죄방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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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20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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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평검사 회의
전국 평검사 회의가 열린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사들이  회의참석을 위해 모여들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전국 평검사 회의 전국 평검사 회의가 열린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사들이 회의참석을 위해 모여들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전국 평검사 200여명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저지를 위한 긴급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에 법안 강행 중단을 호소했다.

19일 전국 18개 지검과 42개 지청에서 모인 207명의 평검사들은 오후 7시부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2층 강당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실무상 문제점에 대해 밤샘 토론을 이어갔다.

평검사들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는 경우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국민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기 위해 개정안의 실무상 문제점을 설명드린다”고 말했다.

평검사회의 개최 이유에 대해 “성폭력 범죄, 강력 범죄, 보이스피싱 범죄 등 국민들께서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대다수의 민생범죄, 대형 경제범죄 등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범죄들로부터 국민을 더 이상 보호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헌법은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하고 강제수사를 위한 직접 영장청구권을 검사에게 부여하고 있음에도 ‘검수완박’ 법안은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검사의 수사권과 영장 직접청구권을 모두 박탈하는가 하면 경찰의 직접 영장청구권까지 인정하고 있어 헌법에 반할 소지가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검사들은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가 기본적인 사실 조차 확인할 수 없게 만들어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검사의 판단을 받고 싶어 이의를 제기해도 검사가 이를 구제할 수 있는 절차를 없애 버렸다”며 “구금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오를 시정할 수 있는 기회와 인권침해가 큰 압수수색 과정에서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까지도 없애 버렸다”고 비판했다.

평검사들은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의 두 눈을 가리고 손발을 묶어 ‘범죄는 만연하되, 범죄자는 없는 나라’를 만들고, 힘없는 국민에게는 스스로 권익을 구제할 방법을 막아 결국 범죄자들에게는 면죄부를, 피해자에게는 고통만을 가중시키는 ‘범죄방치법‘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이들은 크게 △검사의 수사권 박탈에 따른 문제점 △검사의 인권 보호기능 박탈에 따른 문제점 △구속 등 강제수사에서 문제점 △부정부패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력 약화 등으로 나눠 설명했다.

평검사 측은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수사권, 조사권 등을 박탈했는데 그 결과 검사는 경찰이 작성한 서류만을 보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한계에 부딪히게 돼 억울한 사법 피해자를 양산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은 범죄 피해를 당해도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할 수 없고 경찰이 고소장을 반려하거나 접수를 거부하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다(개정안 제237조)”며 “경찰에서 하지 못한 말을 검사 앞으로 이야기할 수도 없고(개정안 제200조), 검사는 당사자 사이의 대질조사를 하지 못해 억울한 사람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보여줄 수 없다”고 전했다.

평검사들은 “검사가 범죄에 적합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지고 기소 여부를 경찰의 ‘수사 의지’와 ‘선의’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 결국 범죄가 있어도 처벌하지 못하는 정의롭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며 “또한 현행제도에서는 압수한 증거물을 소유자나 보관자 등에게 돌려주는 경우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검수완박’ 법안은 경찰이 압수한 증거물을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돌려줄 수 있어 정작 재판에서 유죄를 받기 위한 필수적인 증거가 사라질 수 있다(개정안 218조의 2)”고 말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부당한 편파수사를 받고 있다고 검찰에게 이야기를 해도 그 검사가 경찰관에게 ‘피해자가 억울해한다’는 말을 전달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시정을 요청해도 경찰이 거부하면 검사가 피해자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면서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가 피해자 인권 보호를 할 수 없게 한다고 말했다.

평검사 측은 “현행제도에서는 경찰의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이 있는 사건에 대하여 검사가 해당 기록을 검찰로 보내줄 것을 요청함으로써 이를 전면적으로 다시 수사할 수 있었으나 ‘검수완박’ 법안은 이와 같은 검사의 기록요청 권한을 삭제하여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가 발생하여도 경찰에서 기록을 보내지 않는 한 검사는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개정안 197조의 3)”고 말했다.

또한 “현행 제도에서는 고소인이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해당 기록은 검찰로 넘어와서 검사가 직접 보완하여 수사할 수 있었으나, ‘검수완박’ 법안은 위와 같은 이의제기 사건 기록을 검찰에 보내달라고 경찰에 더 이상 요청할 수 없게 만들었다(개정안 245조의 7)”고 덧붙였다.

더불어 “현행 제도에서는 고소인이 이의제기하여 해당 사건 기록이 검찰에 넘어와서도 검사가 무혐의 처분을 하게 되면 고등검찰청에 항고를 할 수 있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는 불복절차를 두고 있지만, ‘검수완박’ 법안은 고소인의 이의제기에 따른 검사의 ‘무혐의 처분’ 자체를 없애 버려 항고도 못 하고 재정신청도 못하게 원천적으로 막아놓고 있다”며 고소인이 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평검사들은 ‘검수완박’ 시행이 되면 구속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행 제도에서는 검사가 체포되거나 구속된 피의자가 경찰서 유치장에 가서 불법 구금이라고 의심이 되면 즉시 석방될 수 있는데 ‘검수완박’ 법안에서는 불법 구금의 의심이 들어도 검사는 경찰에게 석방을 요구할 권한은 있지만 경찰이 구금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검사의 석방 요구를 거절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개정안 198조의 2)”고 말했다.

검사가 체포되거나 구속된 피의자가 있는 경찰서 유치장에 가서,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불법 구금이라고 의심할 사정이 있는 경우 즉시 석방할 수 있는데, ‘검수완박’ 법안에서는 불법 구금의 의심이 들어도 검사는 경찰에게 석방을 ‘요구’할 권한만 있고, 경찰이 구금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검사의 석방 요구를 거절하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개정안 198조의 2)”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은 검사에게 강제수사를 위해 법관에게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경찰의 신청을 받아 검사가 청구하는 경우와 검사가 경찰 신청 없이 직접 청구하는 경우 모두를 인정하고 있는데 ‘검수완박’은 검사가 직접 영장을 청구하는 형소법 규정을 삭제했다(개정법 201조 제1항)”며 “이와 같은 개정은 자의적으로 헌법 규정을 축소 해석해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직접 영장 청구권을 법률로 침해한 위헌적 개정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또한 “성범죄 사건에서 사안이 중대하고 피해자에 대한 위해의 우려가 있거나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중국 국적 범죄자의 도주 우려가 확인되었거나, 증거를 인멸하고 증인을 회유하는 모습이 확인되는 경우 등 긴급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검사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도 “수사 중 구속된 피의자에 대해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경우 검사가 구속을 취소할 수 있는 인권 보호 규정까지 삭제하였고 이제 구속된 피의자는 죄가 없어도 검찰에서 무조건 10일 동안 구금될 것(개정법 209조)”이라고 덧붙였다.

평검사 측은 ‘검수완박’ 법안에서는 경찰은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 피의자가 소지하고 있는 핸드폰, 지갑, 가방을 수색해 증거물을 압수할 수 있고 심지어 피의자 주거지까지 수색할 수 있다며 국민들이 불법적 강제수사 위험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평검사 측은 부정부패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력 역시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폐지하였고, 결국 정치인들에 대한 대형 부정부패 비리 사건, 뇌물·직권남용 등 공직부패 범죄, 주가조작·분식회계 등 금융 기업 범죄에 특화하여 전문화된 검찰 수사를 아무런 대안없이 사장시키고 있다”며 “법안이 공포된 후 3개월이 지나면 현재 검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비리 사건들이 모두 경찰로 이관되도록 규정돼 있는데 과중한 업무로 장기 미제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경찰로 이관된 사건들이 수사의 적기를 실기하거나 아무도 모르게 잊혀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검수완박’ 법안은 고소·고발 접수를 경찰에서만 할 수 있도록 개정하고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발하는 전속고발 사건은 검찰총장이 수리를 거부할 수 없게 되어 있어, 결국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사건을 처리할 수사기관이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며 “가격담합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의 남용 사례 등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대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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