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활력 떨어뜨리는 빈집 문제 해결하자” 전남도, 첫 성과감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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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빈집 활용실태’ 조사
22개 시군 중 여수 2491채로 최다… 석면 재질 슬레이트집 45% 달해
소유자-활용자 공유시스템 이용, ‘빈집은행’ 구축 등 활용방안 제시

전남도가 빈집 활용 방안으로 제시한 강원 정선군 고한읍 마을호텔18번가. 탄광촌 마을이 호텔로 변신해 도시재생사업의 성공 모델이 됐다. 정선군 제공
전남도가 빈집 활용 방안으로 제시한 강원 정선군 고한읍 마을호텔18번가. 탄광촌 마을이 호텔로 변신해 도시재생사업의 성공 모델이 됐다. 정선군 제공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농어촌 마을이 빈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을 경관을 해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데다 재난 위험 등 적잖은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빈집이 늘고 있지만 일선 지방자치단체는 인력 및 예산 부족 탓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가하는 빈집은 지방 소멸이 현실화되는 지표라고 분석한다. 마을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빈집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전남도가 성과감사를 통해 제시했다.

● 개청 이래 첫 성과감사

전남도는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빈집 정비 및 활용실태’를 조사했다. 22개 시군의 모든 빈집의 실태를 살피고 빈집 정책 전반을 점검하기 위해 개청 이래 처음으로 성과감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전남지역 빈집은 총 1만9727채였고 이 가운데 철거해야 할 빈집은 1만1003채(55.8%), 활용형은 8724채(44.2%)였다. 빈집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등급을 분류했다. 즉시 거주가 가능한 1등급은 2110채(10.7%), 주택 상태가 양호한 2등급은 5112채(25.9%)였다. 상태가 불량한 3등급은 5925채(30%), 매우 불량한 4등급은 6478채(32.9%), 실태조사 중 철거되거나 문이 잠겨서 등급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102채(0.5%)로 집계됐다. 3∼4등급이 전체의 63%를 차지해 도내 빈집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시군별로 보면 여수가 2491채로 가장 많았고, 목포 1781채, 순천 1661채, 고흥 1567채, 함평 1380채, 나주 1215채 등의 순이었다.

빈집의 소유자가 철거와 활용에 동의한 경우는 2835채로, 전체의 14.4%에 불과해 빈집 문제 해결의 최대 장애요인으로 꼽혔다. 이는 그대로 둬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데다 빈집을 노후 대비나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급 발암물질이 포함된 석면 재질의 슬레이트 구조 빈집은 9032채로, 전체 빈집의 45.5%를 차지했다. 슬레이트 빈집이 주민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데도 22개 시군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754채(8.3%)만 철거했다.

● 빈집 정책 개선 방안 제시

전남도가 농어촌 빈집에 대해 성과감사를 벌인 것은 지역 현안을 시의성 있게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서였다. 성과감사는 특정한 정책이나 사업, 조직, 기능 등에 대한 경제성, 능률성. 효과성을 분석,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성과감사는 22개 시군 건축부서, 읍면동과 합동으로 진행했다. 감사 결과의 객관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강원 정선군 마을호텔 18번가 등 타 시도의 빈집 활용 우수사례를 수집하고 국토연구원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자문해 검증도 받았다.

전남도는 감사 과정에서 빈집 정비계획 미수립, 형식적인 실태조사, 슬레이트 구조 빈집 정비에 소극적 대처 등의 문제점을 확인했다. 빈집 정책 문제 해결을 위해 조직·예산·인력 등 다양한 정비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또 빈집 정보 시스템을 포함한 중·장기적 빈집플랫폼(빈집은행)을 구축하고 빈집 소유자와 활용자의 이익 공유 시스템을 통해 빈집 활용을 유도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전남도는 빈집을 전 국가적 문제라고 보고 올해부터 집행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이 빈집 정비 및 활용사업에 반영되도록 정부에 적극 건의하기로 했다. 슬레이트 구조 빈집을 철거하기 위해 267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환경부 등에 철거비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김세국 전남도 감사관은 “빈집이 주거 경관과 환경을 훼손하고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라 조사에 나섰다”며 “앞으로도 정책분석형 성과감사를 적극적으로 실시해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전남도#초고령화 사회#빈집 문제#첫 성과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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