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부작용 있는데…아이들 안 맞혀” 5~11세 접종 반대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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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15일 14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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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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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도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이 나오는데, 성장기인 아이들은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잖아요.”

경기 안양시에 사는 한모 씨(43)는 아들(9)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히지 않기로 결심했다. 접종증명·음성확인제(방역패스)가 중단되기 전까지만 해도 아들에게 백신을 맞혀야 하나 고민했다. 한 씨 자신도 부작용이 걱정돼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는데 어딜 가나 방역패스가 걸림돌이 돼 고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일부터 방역패스가 잠정 중단되자 이 같은 고민도 사라졌다.

한 씨는 “아이들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위중증으로 발전될 확률이 낮다고 하니 굳이 백신 부작용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가 이달 31일부터 소아(만 5~11세)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중앙안전대책본부는 14일 “그동안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던 소아에 대한 백신 접종을 전국 1200여 곳 지정 위탁의료기관을 통해 3월 말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예약은 24일부터, 본격 접종은 31일부터 시작된다. 당국은 중증 악화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위주로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소아의 코로나19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높지 않다는 점, 방역패스가 중단된 점 등을 근거로 자녀의 백신 접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질병청에 따르면 12일 0시 기준 5~11세 인구 10만 명당 코로나19 발생률은 2만2162명으로 청장년층(18~59세)에 비해 1.8배 높았다. 지난달 26일 기준 소아의 중증화율은 0.005%, 치명률은 0.001%로 청장년층(중증화율 0.233%, 치명률 0.33%)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경기 안양시 사는 정미선 씨(40)도 아들(10)과 딸(9)의 백신 접종을 원치 않는다. 정 씨 부부는 백신을 3차까지 접종할 때마다 후유증을 심하게 앓았다. ‘차라리 코로나19에 걸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정 씨 주변에는 백신을 맞고도 코로나19에 걸린 ‘돌파 감염’ 사례도 많다. 정 씨는 “아이들에게 백신을 맞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15일 맘카페 등 학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소아 접종 거부’ 댓글이 이어졌다. 한 학부모가 “5~11살 백신 31일부터라는데 어찌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는 댓글 42개 중 41개가 “맞히지 않겠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일부 맘카페에서는 소아 접종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질병청은 소아백신의 유효성분 용량이 기존 백신의 1/3수준인 점 등을 들며 안전성을 믿고 접종에 적극 동참해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굳이 접종을 권유하지는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적지 않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 출현 이후 백신의 예방 효과가 적고 아이들이라고 심근염 등 백신 부작용이 없는 게 아니다”라며 “소아 중 고위험군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겠지만 일반적인 소아 접종의 당위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김민환 채널A 기자 k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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