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원 vs 140원’ 택배료 인상분 놓고 입장차…“정부 중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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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2월 19일 0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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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1층 로비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원들이 농성을 펼치고 있다. 2022.2.18/뉴스1 © News1
18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1층 로비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원들이 농성을 펼치고 있다. 2022.2.18/뉴스1 © News1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두고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 측의 갈등이 50일이 넘었지만, 양측은 여전히 강대강 대치 중이다.

택배노조는 지난해~올해 택배요금 인상분 327원 중 76원만 택배기사 처우개선에 쓰였다고 주장하는 반면, CJ대한통운 측은 택배요금 인상분은 140원이며 절반이 기사 수수료로 배분되고 있다고 말한다.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택배노조는 지난 10일부터는 CJ대한통운 본사를 점 거해 농성 중이고, CJ대한통운 측인 노조를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양측 간 갈등은 사회적 합의의 한계로 인한 것이라며 이를 중재할 제3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불완전’ 사회적 합의

전문가들은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자체가 불완전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사회적 합의 당시 인상된 택배 요금이 어디로 귀속돼야 할지, 분류인원에 대한 인건비를 위한 것인지 택배종사자의 소득 상승을 위한 것인지 명확히 했어야 했다”며 “합의에만 급급해 실질적인 이해관계에 대한 조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완전하게 합의가 끝나버려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인상된 택배요금의 분배기준에 대해 논의가 없어 노사 양측이 각자의 편의에 맞게 합의문을 해석한다는 뜻이다.

민주당 민생연석회의, 정부, 업계, 노조가 참여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지난해 6월 택배 분류인력 투입 및 고용·산재보험 가입에 필요한 택배원가 상승요금을 개당 170원으로 책정했다. 다만 이 요금이 어디에 쓰여야 할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노조와 CJ대한통운 측이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다른 만큼 객관적 사실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오경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두고 기업이 노동자에게 가져갈 몫을 빼돌린 건지, 기업의 처우 개선 노력이 있었는지를 확인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택배 과로사방지 사회적 합의 이행과 CJ택배 파업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종교·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CJ택배위 공대위) 발족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2.2.18/뉴스1 © News1
전국택배노동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택배 과로사방지 사회적 합의 이행과 CJ택배 파업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종교·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CJ택배위 공대위) 발족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2.2.18/뉴스1 © News1
◇정부·사회적 합의기구 중재해야

노사의 입장차를 중재할 수 있는 제3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박 교수는 “처음 사회적 합의를 했던 시민사회와 정부가 다시 모여 결자해지 차원에서 합의문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려줘야 한다”며 “택배비 인상이 가져오는 효과, 분배, 집행 등 세밀한 문제의 조율 없이 과제 해결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노조는 택배요금 인상분이 어떻게 쓰이는지, CJ대한통운 측이 이윤으로 가져가는 지를 국토부에 점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국토부는 정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교수는 “사회적 갈등이 있고 국민이 불편함을 호소할 때 나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국토부는 노조가 주장하는 검증자료를 사측에서 제시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역시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88개 종교·시민단체는 18일 CJ택배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정부와 CJ대한통운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반쪽노동자’ 한계…교섭권 문제도 해결해야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노동자의 불명확한 ‘법적 지위’로 인해 노사갈등이 반복될 수 있는 점도 문제다. 택배기사는 대리점주와 계약을 해 현행법상으로는 원청인 CJ대한통운의 교섭대상이 아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교섭권이 제대로 확보가 되지 않아 CJ대한통운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노조는 실력행사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며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므로 이번 합의는 교섭권 제도화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택배종사자들의 집단적 교섭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교섭의 대등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일반 노동자와 다른 특성을 갖는 특고직 종사자들에게 맞는 교섭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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