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도 못했는데…코로나 ‘20학번’ 전문대생 졸업 앞두고 막막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6일 14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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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공예 실습은 교수님 시연을 ‘줌’으로 지켜보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이쪽으로 취업하려면 학교에서 실습 경험이 가장 중요해 진학을 결심했는데 졸업을 앞두고 고민이 커졌습니다.”

한 전문대 유리세라믹디자인과에 ‘20학번’으로 입학한 A 씨는 올 2월 졸업을 앞두고 고민이 커졌다.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2년 동안 학교에 제대로 등교해본 적이 없다. 수업이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돼 학교에 6일 정도 출석한 게 전부다. 시험도, 실습도 모두 온라인에서 이뤄졌다. A 씨는 “이 분야에 취업하고 싶어 전공을 선택했지만 비대면 수업만 이어지다보니 ‘이 길로 가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3년째 이어지며 전문대 학생들의 시름이 깊다. 정상 등교가 이뤄지지 않으며 전문대학의 강점인 실습교육 시간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전문대 지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립전문대 원격강좌 수강 인원은 2016년 13만4417명에서 지난해 336만7109명으로 2405% 증가했다. 2020년 사립전문대 전체 학생 43만5056명 중 4주 이상 현장실습을 이수한 학생도 전체의 6.7%(2만9172명)에 불과하다.

실습수업 시수가 부족하니 현장 경험도 자연히 부족하다. 김홍렬 대한미용사회중앙회 총무국장은 “교수가 머리를 자르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과 본인이 직접 잘라보는 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교를 쉬거나 그만두는 학생도 늘었다. 김춘호 영진전문대 조리제과제빵과 교수는 “2020년에 실습과목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니 학생 참여도와 강의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휴학하겠다는 학생도 많았다”고 말했다. 전문대 산업디자인학과에 20학번으로 입학한 신혜림 씨(23)는 “1학년 때 실습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다보니 2학년 때 실습을 따라가기 어려웠다”며 “취업도 어렵게 되자 동기들의 3분의 2가 4년제 대학 편입 공부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전문대생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 계획을 발표해 2021년 졸업자 중 미취업자 및 2022년 졸업예정자 약 3만 명을 대상으로 각종 자격증 취득 및 교육 비용 등을 지원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실습 공백을 메우기에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구대 게임콘텐츠학과 20학번 차정하 씨(21)는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장비 사용법 학습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실질적인 현장 실습이 어려운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표준 원격실습 체제 구축을 교육부에 제안 중”이라고 말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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