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마친 공수처 ‘고발사주’ 집중…김웅·정점식→손준성順 부를듯

  • 뉴시스
  • 입력 2021년 10월 22일 11시 00분


코멘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에 연루된 현직 국회의원과 검사들 조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수사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핵심 인물들에 대한 조사가 늦어지면서 공수처는 크고 작은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이같은 문제 제기를 의식한 듯 김진욱 공수처장은 국정감사에서 수사 대상자들을 향해 소환에 불응하면 강제수사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출범 첫 국정감사를 마무리한 만큼, 수사에 전념하며 의혹의 진상을 본격적으로 밝히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수사팀(주임 여운국 차장검사)은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의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달 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손 전 정책관 등을 입건한 뒤 다음 날 곧바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런데 수사에 착수한 지 약 한달이 흐른 현재까지도 주요 인물들은 공수처에 출석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파악된 사실만으로는 검찰이 직접 야당에 범여권 인사의 고발을 사주했다고 단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공수처로서는 소환 전에 보다 확실한 증거를 찾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가 확보한 핵심 증거는 크게 두 가지다.

김 의원이 제보자 조성은씨에게 텔레그램으로 건넨 고발장과 첨부자료에 기재된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다. 해당 문구의 이름을 누르면 손 전 정책관의 연락처가 표시되는데, 이를 근거로 공수처는 김 의원이 손 전 정책관으로부터 고발장 등을 받아 당에 전달한 것은 맞다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조씨와 김 의원 간 텔레그램 원본 채팅방은 이미 폭파된 점, 손 전 정책관이 김 의원에게 고발장 등을 보냈다는 직접적인 정황이 나오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아직 ‘반쪽 증거’에 불과하다.

공수처는 김 의원이 조씨에게 고발장을 전달하며 나눈 통화녹음도 확보한 상태다.

통화에서 김 의원은 “남부(지검이) 아니면 위험하다고 한다”, “검찰이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받는 것처럼 하라”, “이정도 보내면 검찰이 알아서 수사해준다”는 등 마치 검찰과 사전 교감을 한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물론 김 의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검찰 관계자와 교감을 나눴는지, 고발장과 자료는 누가 만든 것인지 언급하진 않는다. 제3자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추측만 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당장 김 의원이나 손 전 정책관을 부르기보단, 주변 인물들부터 조사하며 사건의 본류까지 더듬어가려는 분위기다.

공수처는 최근 손 전 정책관과 함께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에서 근무한 검사와 수사관들을 불러 조사했다. 고발장에 필요한 정보를 취합해 작성하라는 손 전 정책관이나 다른 검찰 관계자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물어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의해 접수된 고발장에 관한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당시 통합당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했는데, 공수처는 고발장의 전달 경로에 있는 조상규 변호사와 당무감사실장 배모씨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공수처는 핵심 인물들과의 소환 시기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당초 공수처는 이번달 초중순께 김 의원을 소환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의원이 국감이 끝나는 오는 26일 이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소환 일정이 늦춰진 상황이다. 최 대표의 고발장과 관련해선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도 조사 대상이다.

공수처는 고발장 전달의 핵심 경로에 있는 김 의원과 정 의원을 상대로 진술을 먼저 확보한 뒤, 이를 토대로 손 전 정책관 등을 조사해 검찰 관계자의 개입 여부를 규명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등의 조사가 늦어지면 수사는 더 지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는 계속해서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처장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출석하셔서 떳떳하게 무관함을 밝혀달라”며 “임의수사가 원칙이지만 형사소송법, 법과 원칙이 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과천=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