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만 ‘학폭’ 증가…교우관계 줄고 스트레스 늘어난 탓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5일 1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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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전경.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전경.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줄어든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올해 다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중고교생 응답률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지만 초등학생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로 학생끼리 대면 상호작용이 줄어든 상태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한 초등학생들이 친구와 갈등 해결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한 탓으로 해석된다.

초등학교만 늘어난 학교 폭력
교육부가 5일 발표한 ‘2021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1.1%로 지난해보다 0.2%포인트 증가했다. 2016년과 2017년 각각 저점(0.9%)을 찍고 2018년부터 증가 중이던 피해 응답률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이 등교를 잘 하지 않으며 0.9%로 떨어졌다. 하지만 등교가 확대되며 피해 응답률이 다시 올라갔다. 아직 코로나19 이전처럼 전면 등교를 하지 않다보니 피해 응답률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1.6%)보다는 낮다.

올해 피해 응답률은 초중고 가운데 초등학교만 증가했다. 지난해(1.8%)보다 0.7%포인트 증가한 2.5%였다. 같은 기간 중학교는 0.5%→0.4%, 고등학교는 0.24%→0.18%로 소폭 감소했다. 중고교는 피해 응답률이 코로나19 이전보다도 줄었고, 2013년 조사 이래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심각성이 더 부각됐을 뿐, 2013년 이후 학교폭력이 초등학생 위주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2013년 초중고교 피해 응답률은 각각 3.8%, 2.4%, 0.9%였는데 2017년까지 똑같이 감소하다 2019년 최고점을 찍었다. 일관되게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이 높은 상태다.

김승혜 유스메이트 아동청소년문제연구소 대표는 “학교폭력을 처음 경험하는 연령이 초등학교, 그 중에서도 저학년으로 내려가는 건 일관된 문제였지만 우리 사회는 그동안 표면에 드러나는 중고교 학교폭력 문제에만 주목해왔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초등학생이 학교생활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며 더욱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어폭력 신체폭력 모두 최다
피해유형별 비중은 언어폭력이 41.7%, 집단따돌림 14.5%, 신체폭력 12.4%, 사이버폭력 9.8% 순이었다. 특히 언어폭력은 지난해(33.5%)보다 8.2%포인트, 신체폭력(7.9%)은 4.5%포인트 증가했다. 두 가지 모두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래 가장 높았다. 언어폭력은 초등학교(42.7%), 사이버폭력은 중학교(16.0%)에서 응답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이 갈등을 직접 만나 풀 기회가 줄어들면서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이 동시에 늘었다고 분석한다. 특히 신체폭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우울감과 스트레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폭력이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언어로 표출되면 언어폭력, 몸으로 표현되면 신체폭력인 셈이다.

한효정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지표연구실장은 “코로나19에 따른 학생 간 대면 상호작용 축소로 인한 교우관계 형성과 갈등 관리의 어려움 등이 지난해 9월 이후 등교수업 확대와 함께 표출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매년 4월(전수조사), 9월(표본조사) 실시된다. 이번 전수조사에는 초4~고3 재학생 387만 명 중 88.8%(344만 명)가 참여했다. 지난해 2학기 이후 학교폭력 피해·가해·목격 경험을 조사했다.

최예나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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