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가 할머니살해 이유?…“청소년 잔혹범죄 처벌수위 높여야”

뉴스1 입력 2021-09-01 15:53수정 2021-09-0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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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를 받는 10대 형제가 지난 31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고교 3학년 A(18)군과 동생 B(16)군. 2021.8.31/뉴스1 © News1
몸이 불편한 70대 할머니는 평소 손자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 없는 친손자들을 9년째 길러온 조부모의 나이는 93세, 77세였다.

93세 할아버지가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 몸이 다소 덜 불편한 77세 할머니는 손자인 A군(18)과 그의 동생(16)을 애지중지 돌봐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할머니는 손자가 휘두른 흉기에 수십차례 찔렸다. 지난달 30일 0시10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의 주택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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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가 휘두른 흉기에 30여차례 찔린 할머니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머리, 얼굴, 팔 등 전신에 부상 정도가 심해 결국 사망했다.

할머니의 사인은 다발성 자상에 의한 과다 출혈이다.

숨진 할머니는 형제의 부모가 헤어진 뒤 10년 가까이 이들을 길러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참혹성이 알려진 후 주변에서는 “특별한 갈등이 있지도 않고 사이가 나쁘지 않는 ‘보통의 조손 사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0시 10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주택에서 할머니의 잔소리가 심하다는 이유로 10대 고등학생 형제가 70대 친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사건이 발생한 주택 옥상에 월요일 등교를 위해 깨끗하게 빨아둔 흰 교복이 빨랫줄에 걸려 있다. 2021.8.30/뉴스1 © News1
경찰 조사에서 A군은 “할머니가 잔소리를 많이 하고 심부름을 시켜 짜증났다”는 이유로 홧김에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존속살해 혐의로 긴급체포된 A군 형제는 지난달 31일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직후 “할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 “후회하지 않느냐”,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현재 A군 형제는 구속된 상태다.

참극이 일어난 30일 낮 이들의 주택에는 손자가 등교할 때 입으라고 할머니가 깨끗하게 빨아둔 A군의 교복만이 덩그러니 널려 있었다.

10대 청소년이 저지르는 잔혹 범죄가 잇따르자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30일 오전 0시 10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주택에서 할머니의 잔소리가 심하다는 이유로 10대 고등학생 형제가 70대 친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경찰 관계자들이 사건이 발생한 주택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2021.8.30/뉴스1 © News1
대구 10대 형제의 친할머니 흉기 살인 사건에 대해 시민들은 “있을 수 없는 패륜범죄”라고 개탄한다.

이 사건 기사에는 ‘애지중지 돌본 손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릴 때 할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말로도 모자란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최고형에 처해달라’ 등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댓글이 달렸다.

고교생인 이들 형제의 경우 ‘촉법소년’이 아니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미성년자로 가정법원에 송치돼 사회봉사 등 보호처분을 받는다.

정치권에서는 촉법소년을 비롯한 청소년 범죄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 공약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유승민 전 의원이 촉법소년 기준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하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만 10세 이상 형사처벌’ 안을 꺼내 들었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피해의 고통은 가해자의 나이가 어리다고 가벼워지지 않는다. 소년법을 폐지하고 ‘보호소년법’을 제정해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보호소년법’은 현행 소년법을 폐지하고 형사미성년자, 즉 촉법소년 연령을 만 8세 이상,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청소년의 정신적·육체적 성장이 빨라지고, 청소년 범죄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만큼, 1953년 제정한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유 전 의원은 “훔친 렌터카로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중학생들이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피해 국민의 공분을 산 적이 있고, 아파트 옥상에서 던진 벽돌에 맞아 무고한 가정주부가 사망했으나 가해자들이 나이가 어려 처벌받지 않은 사건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우리 아이는 촉법소년이니 처벌받지 않는다. 알아서 하라’는 뻔뻔스러움 앞에 피해자가 피눈물을 흘리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전 감사원장도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한 형법 제9조 규정의 예외를 둬 만 10세 이상은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년은 사회안전망이 필요한 대상이기도 하지만, 날로 증가하고 흉포화되는 소년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대구 10대 형제 사건 처럼 청소년의 폐륜범죄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박민정씨(39)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건에 할 말을 잃을 정도”라며 “이 사건 말고도 전국에서 잇따라 터지는 강력범죄에 밖을 다니기 무섭다”고 했다.

(대구=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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