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명자 시대’ 성큼… 국내 ‘특허권 인정’ 어디까지 왔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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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은 ‘자연인’만 발명자로 규정
빠른 인정 빅테크에 유리 분석도
특허청, 기술적-법적 대응방안 논의

5월 중순 열전달 효율이 높은 프랙털 구조의 식품 용기와 신경 동작 패턴을 모방한 램프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16개국 특허청에 동시 출원됐다.

미국인 인공지능(AI)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가 출원한 이 특허는 곧바로 이슈로 부상했다. 발명자를 테일러가 개발한 AI인 다부스(DABUS)로 적시한 까닭이다.

특허청은 ‘자연인으로 발명자를 수정하라’는 보정 요구서를 보냈다. 현행 특허법은 자연인만 발명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일러는 “DABUS가 스스로 학습한 지식으로 발명을 했다. 나는 발명을 위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며 발명자 수정 요구를 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특허청은 특허를 반려했다.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인정했고, 호주 연방법원은 자국 특허청의 거부 결정과는 달리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최초의 판결을 내렸다.

AI 발명을 인정하느냐는 이제 미래가 아닌 현실의 문제가 됐다. 특허청이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2일 개최한 제1차 발명 전문가 회의(법제 분야)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AI 발명에 대한 일반적인 쟁점은 AI를 단독 혹은 공동 발명자로 인정할지, 인정한다면 AI 개발자와 소유자, 사용자 가운데 누구에게 권리를 줄지, 사람에 비해 발명을 쉽게 하는 AI 발명의 권리 존속기간을 짧게 줄일지 등이다.

AI 발명에 대한 선제적 대응 여부에 대해 조영선 고려대 교수는 “선행기술 검색 및 시뮬레이션으로 구성되는 발명 과정을 고려하면 AI 발명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임팩트 있게 다가올 수 있다”며 “AI 발명을 (불이익을 준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너무 특별하게 취급하면 AI 사용을 숨기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남 대구지법 판사는 “인간이 과제만 제시하고 나머지 발명은 AI가 했을 때, 보다 유연하게 해석한다면 공동 발명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열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람이 아닌 대상에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은 아직 시뮬레이션 자료가 부족해 결정이 곤란하다”며 “전반적으로 폭넓은 자료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국제적인 추세와 보조를 맞추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양 변호사는 “AI 발명을 우리가 선제적으로 보호하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진 미국이 독점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길준 법제처 법제관은 “AI를 개발하고 있는 IBM이나 구글 같은 빅테크·플랫폼 기업에 대한 집중 현상도 우려된다. (AI 발명 인정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시간을 갖고 종합적이고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손승우 중앙대 교수는 “국제적 논의에 편승해 따라가기보다는 기술 강국으로서 국제사회를 리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AI 발명품의 권리를 누구에게 줄 것인지에 대해 조연하 이화여대 교수는 “원칙상 AI를 이용해 발명품을 만든 사용자에게 주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며 “하지만 이건 정책의 문제로 AI 기술 자체를 장려한다면 개발자, AI 기술 활용을 장려한다면 사용자에게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수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은 “앞으로도 학계, 연구계, 산업계 등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AI 기술과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ai 발명자 시대#특허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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