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만 뚫어져라’…어리숙한 피싱범 눈치백단 시민에 덜미

  • 뉴스1
  • 입력 2021년 8월 18일 07시 21분


코멘트
© News1 DB
© News1 DB
지난 3일 오후 4시51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은행 365코너를 찾은 A씨는 앞 손님의 수상한 행동에 자꾸 신경이 쓰였다.

40대 여성으로 보이는 앞 손님 B씨는 고액으로 보이는 다량의 현금을 ATM기기 위에 올려놓곤 휴대전화 화면만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기계를 잘 쓸 줄 모르는 건가? 저 돈은 뭐지?’ 궁금했던 A씨는 줄을 기다리며 그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던 B씨는 이윽고 돈뭉치 중 일부를 기기 안에 넣었다. 그리고 또 잠시 동안 휴대전화 화면을 응시했다.

입금을 하고, 휴대전화를 보고, 입금을 하고, 휴대전화를 하고…. 똑같은 행동이 몇 차례 반복됐다.

A씨는 ‘왜 자꾸 휴대전화를 확인하면서 입금을 하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B씨는 기기 위에 올려둔 금액 중 일부를 자기 주머니에 넣기 시작했다.

송금하려고 올려놓은 돈을 다시 주머니에 넣는 모습에 A씨는 보이스피싱 수금책이 수고비를 챙기는 것은 아닐까 의문이 생겼다.

‘고액의 돈을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아 입금하고, 수고비를 가져가라는 허락이 내려오자 그것을 챙긴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든 A씨는 B씨가 은행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유심히 지켜봤다.

A씨는 곧바로 112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이후 경찰관에게 B씨의 도주 방향과 인상착의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순찰차 2대가 즉시 출동해 A씨의 증언을 토대로 도주로와 퇴로를 막고 차량 검문을 실시했다.

또 동시에 일대 상가를 수색해 은행과 약 400m 떨어진 한 상가에서 약 4분 만에 은신 중인 B씨를 검거했다.

붙잡힌 여성은 예상대로 ‘보이스피싱 수금책’이었다.

현장에서 잡힌 피의자는 전북 전주의 한 길가에서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보이스피싱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날 서구 덕흥동에서 한 피해자에게 대환대출 명목으로 현금 950만원을 건네받고 해당 은행 365코너에서 총 9회에 걸쳐 920만원을 입금하고 일당 명목으로 30만원을 챙겼다.

관할인 광주 서부경찰서는 범인 검거를 도운 A씨에게 17일 표창장과 함께 검거보상금 50만원을 지급했다.

윤주현 서장은 “범행 현장을 아주 상세하고 세밀하게 관찰하고 차분하게 신고해주셨다”며 “덕분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신속하게 검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A씨에게 감사를 표했다.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수금책들이 입금 중 휴대전화를 자주 확인하는 이유는 무통장 입금 금액이 100만원으로 한정돼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번갈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일반 시민들께서도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을 인지한 뒤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광주=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