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제주조릿대, 알고보니 경제 가치있는 보물단지

임재영 기자 입력 2021-07-07 03:00수정 2021-07-07 03:0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시로미 등 제주 특산식물 자생 방해
5년간 연구 끝에 4884억원 가치 발견
토사유출 막고 다량의 탄소저장 효과
제주조릿대를 제거한 한라산 남벽탐방로 서벽 앞 구간에서는 산철쭉 생육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제주조릿대가 생물종 다양성에 악영향을 주고 있지만 토사유출 방지, 탄소저장 등에서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지표면을 점령하고 확장하면서 생물종 다양성을 해치는 것으로 알려진 제주조릿대의 경제적 가치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라산 지표면을 점령하고 확장하면서 생물종 다양성을 해치는 것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제주조릿대 연구를 집대성한 결과를 최근 ‘한라산의 제주조릿대’ 책자로 펴냈다. 책자에 따르면 제주조릿대는 토사 유출 방지와 탄소 저장 효과 등 경제적 가치가 연간 484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라산연구부는 제주조릿대의 경제적 가치를 환산하고 탄소 저장량을 추정하기 위해 한라산국립공원 4개 탐방로를 중심으로 해발 400m부터 정상까지 고도 100m 간격으로 제주조릿대의 생물량 및 생육 특성을 조사했다. 제주조릿대 산출 면적과 중량을 파악한 뒤 2019년 거래가로 탄소거래금액을 산출한 결과 148억 원의 탄소 저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탄소 저장량은 42만3839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제주조릿대의 잠재적인 경제 가치는 토사 유출 방지가 3773억 원으로 전체 77.9%에 이를 정도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가축 사료 923억 원이었다.

주요기사
제주에서 ‘송이’로 불리는 화산쇄설물이 한라산 고지대의 화산체인 장구목, 민머리오름, 윗세오름 등을 덮고 있는데 쉽게 무너져 내리는 특성이 있다. 이런 화산쇄설물을 제주조릿대 뿌리가 잡아주기 때문에 폭우 등에 따른 붕괴나 산사태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라산 사제비동산, 사라오름 등 산불이 났던 지역에는 제주조릿대가 먼저 자리 잡아 토양을 안정화시켜 주기도 했다.

제주조릿대가 급속히 퍼진 것은 1980년대 중반 한라산국립공원에 소와 말의 방목을 금지한 이후로 추정됐다. 이전까지는 방목된 수천 마리의 소와 말이 제주조릿대를 먹이로 삼았기 때문에 확장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우마 방목 금지 이후 제주조릿대는 거침없이 영역을 확장해 지금은 한라산국립공원 면적 153km² 중 95%에 해당하는 146km²에 퍼져 있다. 계곡, 습지, 암석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제주조릿대로 덮였고 해발 고도로는 백록담 서북벽 1850m까지 진출했다. 백록담 분화구 내부로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김종갑 한라산연구부 연구사는 “제주조릿대는 토사 유출 방지, 지하수 함양 등에 효과가 있고 기능성 물질을 탐구한 논문이 30여 편에 이를 정도로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그동안 말 방목, 벌채 등으로 제주조릿대를 제거한 효과를 연구한 게 많았는데 추가 연구를 통해 제주조릿대를 ‘제어’하면서 공존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주조릿대는 생물종 다양성을 해치는 애물단지로 취급받았다. 제주조릿대가 점령한 지역에서는 시로미, 흰그늘용담, 제주달구지풀, 제주황기 등 특산식물이 자라지 못할 뿐 아니라 생명력이 강한 산철쭉, 털진달래도 생육, 번식이 힘들어진다. 대나무아과 조릿대속에 속하는 제주조릿대는 한라산에만 분포하는 특산식물로 구분하지만 일본, 사할린에서도 동일종을 제시하는 학자가 있어 특산식물 여부는 추가 연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제주조릿대#경제적 가치 연간 4844억#보물단지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