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데 밤새 혹시나”…젊은층들 ‘접종 이상반응’ SNS로 크로스 체크

  • 뉴시스
  • 입력 2021년 6월 26일 0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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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반응 신고율 0.37%…대다수는 경증
"정보 정확히 알고 증상땐 진료 받아야"

#. 6월10일 오후 4시
-형, 백신 맞을 때 느낌은 어때요?
=좋아. 미국에서 맞으신 분도 그 다음날 엄청 아팠다는데 잘 쉬어야지.

#. 6월10일 오후 8시
-몸 관리 잘하세요.
=내일 몸 상태 업데이트해 줄게.

#. 6월11일 오전 8시
-괜찮아?
=근육통이 좀 있는데 아주 심하진 않음.

#. 6월14일 오전 11시
-방금 맞았는데 맞을 땐 안 아프다가 갑자기 팔 엄청 아픈데요?
=5분 안에 가라앉더라. 타이레놀은 구해 놨지? 잘 쉬어야 해.

◇“혼자 사는데 밤새 아프면 어떡하지?”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며 혼자 사는 이승준(34)씨는 예비군·민방위 대상 코로나19 얀센 백신 접종을 앞두고 친구·지인들과 이렇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서로 접종일을 알려주고 정보를 공유하거나 출퇴근 전후로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이씨는 “아무래도 혼자 살다 보니 백신 접종 이후 혼자 있을 때 이상반응이 생길까 무서워 혼자 사는 친구들끼리 백신을 맞은 날 지속해서 연락하기로 했다”며 “아픈 곳은 없는지 물어보는 ‘예방접종 관리 계’를 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고령층과 고위험군 등을 중심으로 한 상반기에도 1인 가구에선 ‘혼자 있을 때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섰다. 부모님과 떨어져 거주하는 자녀들은 접종 이후 전화기를 손에서 놓치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율 0.37%

방역 당국은 대표적인 접종 후 이상반응인 아나필락시스를 관찰하기 위해 접종 후 15~30분 예방접종기관에 머무르도록 하고 있다. 최소 3일은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며 고열 등 평소와 다른 신체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의사 진료를 받아야 한다.

당국은 고령자의 경우 증상 발생 시 신속하게 도움받을 수 있게 예방접종 후 혼자 있지 말 것을 부탁하고 있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 이상반응에 대한 걱정은 젊은 층도 마찬가지다. 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가 개발한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 접종 이후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의 경우 국내에선 30대 남성에게서만 2건 보고됐다.

이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3일(현지시간)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회의를 거쳐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접종한 이후 남자 청소년에서 심장 관련 증상인 심근염·심낭염 발생률이 높게 나왔다고 발표했다. 확률로는 12~39세 100만명당 12.6명으로 7일 안에 신고된 비율은 100만명당 12~17세 66.6명, 18~24세 56.3명 등 젊을수록 높았다.

우리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 발표한 이달 20일 0시 기준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의심 사례 신고 현황을 보면 접종 후 신고율은 0.37%다. 그런데 18~29세의 신고율이 0.81%로 가장 높았고 30~49세 0.58%, 50-74세 0.37%, 75세 이상 0.21% 등 젊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10가구 중 3가구가 ‘나 혼자 산다’

한국은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인 나라다. 통계청의 ‘2020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체 가구의 30.2%가 1인 가구다. 전체 1인 가구의 18.2%는 20대였고 은 30대(16.8%), 50대(16.3%), 60대(15.2%) 순이다.

얀센 백신을 주로 접종한 30대 남자는 남자 가운데 1인 가구 비중이 21.7%로 가장 높았던 집단이었고 40대 18.0%, 50대 18.4% 등 30~50대에서 1인 가구 비중이 컸다. 여자는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남자보다 1인 가구 비중이 높았지만 20대 17.2%, 30대 10.4%, 50대 14.1% 등으로 다른 나이대에서도 1인 가구가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이들 나이대는 7월부터 9월까지 주된 백신 접종 대상이기도 하다. 7월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고등학교 교직원 등을 시작으로 7월26일부턴 50대, 8월부터 18~49세 대상 예방접종이 진행된다.

3분기 예방접종을 앞둔 1인 가구에는 백신을 통한 일상 회복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이상반응에 대한 걱정도 있다.

구민정(31)씨는 “처음에는 잔여 백신 알림 병원을 회사 근처로 설정했는데 집에 가기 전에 무슨 일이 생길까봐 5개 병원을 다 집 근처로 옮겨뒀다”며 “혼자 맞고 집에 있는 게 조금 무서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직장에 다니며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사는 50대 김모씨도 “업무 특성상 사람들과 만날 일이 많아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맞고 싶다”면서도 “병원에 못 가는 일이 생길까봐 휴대전화 긴급통화 목록에 알고 지내는 이웃 전화번호를 등록해 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상반응 신고 중 95.1%가 경증의 일반 이상반응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23일 0시 기준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의심 신고 사례는 총 7만6109건이다.

1·2차 접종 횟수 합계 대비 신고율은 0.42%로, 아스트라제네카 0.52%, 화이자 0.22%, 얀센 0.43%, 모더나 0.07%다.

이중 일반 이상반응이 전체의 95.1%인 7만2382건이다.

사망 의심 신고는 310건, 아나필락시스 의심 신고는 411건, 주요 이상반응 의심 신고는 3006건이다.

백신 종류별로 보면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전체 이상반응 신고 5만8089건 중 95.9%인 5만5740건이 일반 이상반응이다. 화이자는 91.1%, 얀센은 95.8%가 일반 이상반응이었다.

당국은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해 이상반응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접종 후 15~30분간 접종기관에 머물러 이상반응 발생 여부를 관찰하고, 귀가 후에도 3시간 이상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또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접종 후 ▲심한 또는 2일 이상의 지속적인 두통 발생, 구토 동반, 시야 흐려짐 등의 증상 ▲호흡곤란, 흉통, 지속적인 복부 통증 및 팔다리 부기 ▲접종부위 외 멍이나 출혈 증상 등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이 의심되는 경우 즉시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방접종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빠르게 대처하면 안전한 예방접종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상반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증상이 3일 이상 지속하면 선제적으로 진료를 받는 게 좋겠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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