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열어 준다, 기적을 만드는 길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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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개발에 10년 걸린다는 백신
모더나, 1년만에 결과물 도출
인프라 갖춘 곳에서 기적 이뤄

김무환 포스텍 총장
김무환 포스텍 총장
‘한강의 기적’을 떠올리면 가슴이 벅찬 국민이 많다. 2020년대 대한민국은 가난을 이겨내기에 바빴던 1970년대와는 다른 선진국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러시아 중국 인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그 효용성에 대한 논의는 차치해도 한국은 아직 임상도 마치지 못했다. 생명과학자들은 “개발에 통상 10년이 걸리는 백신을 1년 만에 내놓은 기적”이라고 하지만 필자에게는 개발을 준비한 곳의 ‘필연적 결과’로 여겨진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은 학계가 꾸준히 가능성을 제안했고, 코로나19 예방 임상에 성공한 첫 사례다. mRNA 백신은 유전자로 항원 생성과 항체 반응을 유도하는 새로운 형태인데, 환경에 민감한 것이 약점이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지질나노입자(LNP). 모더나가 화이자보다 보관과 환경, 기간에서 장점이 있는 것도 지질나노입자의 차이다.

창립 11년인 벤처 회사가 173년이 된 화이자에 맞먹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이유일까. 답은 모더나가 위치한 미국 보스턴 랩센트럴에 있다. 랩센트럴은 신약 개발 및 진단 분야 등의 창업 기업에 실험과 연구, 임상까지 한 번에 지원하는 바이오 스타트업 지원 기관이다.

보스턴에는 최고의 의과대학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하버드 의대가 있지만, 랩센트럴은 이공계 대학인 매사추세츠공대(MIT) 옆에 있다. 여기에 모더나와 같은 스타트업, 다국적 제약사, 벤처캐피털과 병원이 하나의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하버드 의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랩센트럴은 우수한 연구 인력이 상주하고, 대형 연구 인프라를 갖췄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평가다.

모더나는 원래 하버드 의대 교수의 mRNA 연구를 상용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공계 대학에 이웃한 랩센트럴을 선택한 덕분에 mRNA 백신 개발 속도를 높였다. 러시아가 세 가지 종류의 백신을 개발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따라서 현재 추진 중인 ‘K바이오 랩허브’도 우수한 연구 인력과 대형 인프라를 갖추고, 편리한 창업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최근 난치병 신약 개발은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 구조와 그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이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포항이 갖춘 4세대 방사광가속기, 극저온전자현미경 등을 적극 활용한다.

코로나19의 분석도 대형 연구 인프라와 가까워야 효율이 높아지고 더 빨리 결과를 얻는다. 신경림 시인은 ‘강은 가르지 않고 막지 않는다’는 시에서 ‘강은 열어 준다, 대륙으로 세계로 가는 길을’이라고 썼다. 그의 시처럼 한강의 기적이 그러했듯 지방 도시를 흐르는 강이 코로나19 상처를 씻어내고 사람이 직접 기적을 일구는 모습을 유유히 바라보기를 기대한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
#백신#모더나#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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