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없는 대학 캠퍼스…구내식당 줄줄이 문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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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11일 1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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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학생들이 교정을 걷고 있다. 이날 각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비대면 수업과 제한적 대면 수업을 병행하며 개강했다. 2021.3.2 © News1
지난 2일 학생들이 교정을 걷고 있다. 이날 각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비대면 수업과 제한적 대면 수업을 병행하며 개강했다. 2021.3.2 © News1
대형 위탁 급식업체들이 대학가에서 철수하고 있다.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식수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캠퍼스의 낭만도 함께 실종됐다.

대학교 학생 식당은 평균 식대가 4000~5000원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해 다른 업체들도 쉽사리 입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 학기를 시작한 대학들은 새로운 급식 업체를 찾지 못해 임시로 도시락을 제공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급식업체 위태위태…대학교 ‘10년 계약’도 중단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 위탁 급식업체 다수가 코로나19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대학 캠퍼스에서 철수하고 있다.

한 대기업 위탁 급식업체는 지난달 10년동안 운영한 고려대학교 기숙사 식당 영업을 종료하고 재계약하지 않았다. 고려대학교는 현재 임시방편으로 샐러드나 덮밥과 같은 도시락 메뉴를 신청받아 제공하고 기숙사에 음식물 반입을 허용했다. 해당 업체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부터 전체 대학교 점포의 25% 가량을 폐점했다.

전국에 약 400개 급식사업소를 둔 A사 역시 지난해 7월 일찌감치 단국대학교에서 운영하던 교직원·학생 식당 운영을 중단했다. A사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으면서 단국대도 새 업체 물색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계약에 나서는 업체가 없는 상태다. 전국 10여개 대학교에서 급식사업소를 운영 중인 대형 위탁업체 B사도 올해 대학교 내 사업소 3곳을 추가 폐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식업체가 줄줄이 대학교에서 발을 빼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수익성이 급격히 낮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다수 대학이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캠퍼스에 학생 발길이 뚝 끊겼다. 각 대학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식당을 폐쇄하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코로나19가 해를 넘기며 장기화하자 새 학기 계약 연장을 두고 급식업체들의 고민이 더 깊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위탁급식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위탁 급식업체 전반적으로 대학교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식수(食數)가 줄어들어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대학 331개교(일반대학 198개교·전문대학 133개교) 중 거리두기 단계에 연동해 수업 방식을 결정하기로 한 대학은 전체의 67.7%인 224개교로 집계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2.5단계일 경우 대면·비대면 수업을 병행하고 3단계 격상 시에는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수업에서 대면·비대면 방식을 혼합해 수업을 진행할 예정인 대학은 67개교(20.2%)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실험·실습·실기 과목과 소규모 과목만 대면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학교는 30개교(9.1%)로 파악됐다. 나머지 10개교(3.0%)는 전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전면 대면 수업을 계획한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대학교 구내식당, 기업보다 단가 낮아…공석 장기화에도 입찰 주저

교육기관이 제공하는 단체급식은 크게 직영 또는 위탁 급식으로 나뉜다. 직영 급식은 급식 시설 운영 주체가 인력과 식자재 설비에 직접 투자해 급식을 제공하는 형태다. 2019년 기준 전국 초·중·고·특수학교 98%가 직영 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대학교는 삼성웰스토리·현대그린푸드·아워홈·CJ프레시웨이와 같은 위탁 급식 전문 업체에 급식 운영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급식 위탁 금지를 권고하는 학교급식법 제15조에 해당하지 않는다. 급식 전문업체의 경우 메뉴가 다양하고 위생관리 등이 철저하기 때문에 대학들이 선호하고 있다.

사실 위탁업체 입장에서 대학교 사업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일례로 전국 400개 사업소를 운영 중인 한 업체의 대학교 사업소 운영 비율은 전체의 5% 수준이다. 나머지 95%가 기업 사업소에 몰려있다.

이는 대학교 식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직장인 대상 급식은 6000~7000원대로 단가가 높은 반면 학생 식당은 4000~5000원대로 저렴하게 계약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낮은 단가가 어느 정도 보완된다.

하지만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이같은 ‘박리다매’ 전략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인건비와 운영유지비를 제외하면 남는 게 없는 상황이다. 업체들이 대학교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거나, 공석이 생긴 대학 사업소 입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대형 위탁 급식업계 관계자는 “단체급식은 대면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대학교에서 당장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정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버티다가, 백신 접종 이후 학생들이 학교로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 다시 매출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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