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냉장고, 백신 보관 사각지대…“전용냉장고 가격 2배로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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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11일 0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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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내 강의실에서 의료진 대상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진행됐다. 이날 총 50여명의 의료진이 백신을 접종했다. 전용 냉장고에 백신이 놓여있다./뉴스1 © News1
지난 3월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내 강의실에서 의료진 대상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진행됐다. 이날 총 50여명의 의료진이 백신을 접종했다. 전용 냉장고에 백신이 놓여있다./뉴스1 © News1
낡은 냉장고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사업에 복병으로 떠올랐다. 지난 10일 기준 적정 온도를 이탈한 백신 보관 사례가 총 7건이었는데, 낡은 냉장고가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앞으로 전 국민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본격화하면 온도를 이탈한 백신 건수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부터 예방접종이 이뤄지면서 백신 전용 냉장고 가격이 2배로 치솟고 있다는 불만도 큰 상황이다.

◇김제시 병원·안산시 요양병원 등 백신 온도 이탈…방대본 “모두 수거”

11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이 이송 및 보관 과정에서 적정 온도를 이탈한 사례가 총 7건으로 집계됐다. 방역당국은 그 원인으로 낡은 냉장고를 지목했다.

양동교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반 자원관리반장은 지난 10일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김제시 소재 병원을 포함해 7건의 백신 온도 이탈 사례가 나왔다”며 “주로 낡은 냉장고를 사용해 고장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당자가 백신을 부주의하게 다룬 것을 주요 원인으로 파악한다”며 “7건에 해당하는 (온도 이탈) 백신 제품은 보건소를 통해 이송해 수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동교 자원관리반장은 “백신 관리자가 보관 및 수송 과정을 관리하고 (지침을) 숙지해야 한다”며 “이는 위탁 의료기관 지정 과정에서 기본적인 요건이며, 철저히 이뤄지도록 지방자치단체,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이 적정 온도를 이탈한 사례는 계속 나올 전망이다. 지난 9일에는 안산시 단원구 한 요양병원에서 AZ 백신이 냉장고 이상으로 보관 온도 적정기준(영상 2~8도)을 초과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있었다. 당국이 수거한 백신 물량은 100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10바이알(백신 병)이었다.

지난 8일에도 전북 김제시 한 병원 백신 냉장고에 이상이 생겨 그 안에 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보관 온도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30바이알, 280명이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이다.

전북도 보건당국 관계자는 “보관 온도를 몇 시간 초과한 것은 사실이다”면서 “아스트라제네카는 개봉 후 2~30도 온도에서도 6시간 동안은 안정성이 입증된 백신이다. 문제가 된 백신은 개봉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새벽에는 제주도로 배송 중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900도스가 적정 보관 온도인 2~8도에서 0.5도 이탈한 것으로 확인돼 교체됐다. 다만 방역당국은 해당 백신을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300만원대 백신 냉장고가 600만원대로 껑충…의사들 “폭리 심해”

예방접종 규모가 확대되면서 올해 2분기와 3분기에는 백신을 투약하는 우리나라 국민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도 전국 단위로 이뤄질 전망이다. 동네의원 등 예방접종 위탁 의료기관이 지정돼 운영되기 때문이다.

양동교 질병청 자원관리반장은 10일 브리핑에서 “백신 위탁 의료기관으로 지정하고 사전에 기본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백신 전용 냉장고 구비(여부)”라며 “실시간으로 온도를 확인하고 기록할 디지털 온도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예방접종 사업에 맞춰 백신 전용 냉장고 가격이 치솟아 의사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내과의원을 운영 중인 한 원장은 “불과 몇 달 전까지 330만원인 백신 냉장고가 최근에는 600만원대로 가격이 2배로 치솟았다”며 “기능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업체들 폭리가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의는 “백신 냉장고 가격이 치솟자 성능 좋은 일반 냉장고를 구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며 “전국적인 예방접종을 앞두고 일부 업체의 폭리 현상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일부 구청에서는 백신 보관에 필요한 전자온도계 구입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당장 백신 전용 냉장고 가격이 너무 뛰었다”며 “백신 예방접종 사업에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월 25일(현지시간)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백신 원액을 일반 냉동고에서 2주일 동안 보관하는 것을 허가했다. 국내 보건당국은 화이자가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국내에서도 백신 냉장고 수요가 더 많아질 수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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