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통화유출’ 감봉당한 상급자…법원 “징계 위법”

  • 뉴시스
  • 입력 2021년 2월 1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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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통화, 국회의원에 누설
'보안업무 소홀' 정직→감봉 감경
법원 "징계재량 일탈·남용…위법"

한·미 정상통화 내용을 누설한 부하직원을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외교부 공무원에게 내려진 감봉 처분은 위법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성용)는 최근 A씨가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3개월 감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주미대사관 공사참사관 B씨는 지난 2019년 5월 ‘한·미 정상통화 결과’라는 제목의 친전(3급 기밀 문서)에 포함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관련 내용을 당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전달했다.

외교부 장관은 5월27일 보안심사위원회를 개최해 ‘공판 보안업무 총괄자임에도 3급 비밀문서인 친전이 무단 복사·배포되는 것을 방치하는 등 보안업무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당시 주미대사관 정무공사 A씨에게 징계의결요구서를 교부했다.

또 중징계위원회에 중징계의결도 요구했다. 중앙징계위는 ‘정직’의 중징계 사유로 판단했으나, 훈장 수장 공적을 감안해 이보다 감경된 감봉 3개월을 의결했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주미대사관의 보안 관리 업무는 공판장, 분임보안담당관, 분임정보통신보안담당관 등이 담당한다”며 “본인은 보조적으로 보안 관리 업무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뿐이므로, 친전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충분한 조사 없이 징계의결이 이뤄진 점’, ‘보안심사위가 징계의결을 요구할 권한이 없는 점’, ‘징계의결요구서가 2차례 발급된 점’ 등 절차적 하자가 있고, 형평에 맞지 않는 가혹한 징계재량으로 위법한 처분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법원은 외교부가 징계재량을 일탈·남용해 감봉 의결했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 사유는 이 사건 친전의 내용의 유출 그 자체가 아니라, 하급자가 친전 복사본을 정무과 및 의회과 소속 직원 전원에게 배포한 데에 대한 A씨의 관리·감독 의무 해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 직접 행위자는 하급자이고, A씨는 직근 상급감독자의 지위에 있었다”며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에 따라 하급자에 비해 A씨의 문책 정도가 더 낮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급자에게 감봉 3개월 징계가 이뤄진 반면, A씨의 공적을 고려해 감경되기 전 징계는 정직이었다”며 “A씨가 친전 복사본의 배포 범위에 관한 점검을 소홀히 했어도, 해당 하급자가 열람 권한을 특정하지 않은 채 친전 복사본을 배포한 것은 통상적으로 예상할 수 없는 하급자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 사건 처분은 징계양정을 하면서 지키거나 고려해야 할 징계기준, 양정요소 간의 비례성 등을 올바르게 준수하고 참작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외교부가 갖는 징계재량을 일탈·남용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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