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 수종 교체하고 도시숲 확대… 탄소중립, 숲에서 답을 찾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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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기후위기 대응 비상체제 돌입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으로 숲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산림청은 탄소 흡수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나무로 우거진 서울 여의도공원. 산림청 제공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으로 숲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산림청은 탄소 흡수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나무로 우거진 서울 여의도공원. 산림청 제공
‘어린 시절에 뛰놀던 정든 냇물은 회색 거품을 가득 싣고서 흘러가고, 공장 굴뚝의 자욱한 연기 속에서 내일의 꿈이 흐린 하늘로 흩어지네. 하늘 끝까지 뻗은 회색빌딩숲 이것이 우리가 원한 전부인가, 그 누구가 미래를 약속하는가, 이젠 느껴야 하네 더 늦기 전에.’

1992년 국내 최초로 환경을 주제로 한 공연 ‘환경보전 슈퍼콘서트’에서 고 신해철이 부른 ‘더 늦기전에’라는 주제곡 가사 중 일부다.

‘뉴욕매거진’ 부편집장이자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월리스웰스는 그의 책 ‘2050 거주불능지구’에서 살인적인 폭염에서부터 반복되는 펜데믹에 이르기까지 가까운 미래에 닥쳐올 재난을 상세하게 그렸다.

전문가들은 2050년 여름철 최고기온이 평균 35도 이상인 도시가 970개에 달하며 50억 명 이상이 물 부족 사태를 겪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라틴아메리카 커피 재배 농장은 최대 90%까지 소멸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라면 미래에는 커피 한 잔을 수만 원을 내고도 마시지 못할 수도 있다. 거리는 가마처럼 뜨겁고 산불은 곳곳에서 발생한다. 공기가 안 좋아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할지 모른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비상체제에 돌입한 이유다.

○ EU 영국 일본 등 ‘탄소중립’ 선언 잇따라

정부는 10월 ‘2050 탄소중립(Net Zero)’을 선언한 데 이어 이달 7일 관계부처 합동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안’을 마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하고 민관합동 2050 탄소중립위원회 신설 등 이행을 위한 본격 채비에 나섰다. EU, 영국, 일본 등 세계 각국도 잇따라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추진 중인 탄소중립 이행 방안의 공통점은 산림을 중요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한 ‘장기저탄소발전전략’에서 2050년까지 2005년 대비 80% 이상 감축을 목표로 했다. 이행수단으로 산림 2000만 ha 조성, 산림경영 방법 개선, 도시숲 관리 강화, 목재제품 사용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산림경영 방식 개선, 목재제품과 바이오매스 이용 확대 등을 통해 온실가스 흡수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EU는 ‘POST-2020 산림미래 전략’에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그린딜(Green Deal)과의 연계를 강조하며,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을 기반으로 한 순환경제 활성화, 산림 재해 및 훼손 방지를 통해 탄소중립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 잘 가꾼 숲이 온실가스 11% 더 많이 흡수

산림을 잘 가꾸는 것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주요 정책 중 하나다. 잘 가꾼 숲이 가꾸지 않은 숲보다 온실가스를 11%나 더 많이 흡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우리 산림은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산림의 대부분이 1970, 80년대 치산녹화 시기에 집중 조림된 탓에 상당수가 노령화(老齡化)가 진행 중이다. 해마다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50년생 나무의 탄소흡수량은 20년생의 60%에 불과하다. 실제 국내 산림의 순 온실가스 흡수량은 2008년 6140만 t에서 2017년에는 4570만 t으로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후인 2030년 국내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은 2000만 t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나이가 많은 산림과 수목은 벌채 후 목재자원으로 활용하고 탄소흡수력이 높은 수종으로 교체해 숲을 젊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90% 이상이 거주하는 도시에 숲을 잘 조성하는 것 역시 중요한 탄소 감축 정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도시숲은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저감, 폭염 완화 등 시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 산사태 등 재해가 우려되는 산림 훼손지와 3대 산림생태축인 백두대간, DMZ 일원, 도서지역에 대한 복원 사업을 통해서도 탄소흡수량을 증진할 수 있다.

○ 공공 건축물부터 목재 활용을

목재 등 친환경 소재로 지은 건축물을 늘리는 것도 효과적인 탄소 저감 대책이다. 철근콘크리트로 집(189m² 기준)을 지을 경우 106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목조주택은 이의 절반인 52t을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는 2022년까지 법적 기준을 마련해 신축 공공건축물의 50% 이상을 목재 등 친환경 소재로 건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2010년 제정한 ‘공공건축물 등에서의 목재 이용의 촉진에 관한 법률’을 통해 3층 이하 공공건축물의 4분의 1 이상을 목조 건축물로 짓고 있다.

산림청은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한 목재 친화형 도시 조성을 구상하고 있다. 벌채 후 이용되지 않고 산림에 버려지던 산물을 바이오매스 에너지로 활용하는 사업 또한 중요하다. 산림바이오매스는 태양광·풍력을 보완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로 목재펠릿, 목재칩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고려대 이우균 교수(환경생태공학과)는 “산림탄소경영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주춧돌로서 산림흡수원을 유지·증진하고 건축물 소재 등의 목재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부처 간 협업과 탄소중립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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