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시제품, 컴퓨터로 디자인하고 로봇이 재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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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패션스마트센터’ 문열어… 소공인 의견 수렴해 공간 구성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원스톱’… “작업시간 절반으로 줄었어요”
패션창업가 위한 실전교육도 진행

29일 서울 금천구 서울패션스마트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한 시민이 센터 안에 설치된 의류 키오스크를 작동시키고 있다. 의류 
키오스크는 소비자가 옷의 디자인과 원단 등을 직접 선택해 비대면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장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9일 서울 금천구 서울패션스마트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한 시민이 센터 안에 설치된 의류 키오스크를 작동시키고 있다. 의류 키오스크는 소비자가 옷의 디자인과 원단 등을 직접 선택해 비대면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장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옷 한 벌을 만드는 데 2000가지 공정을 거칩니다. 사람이 직접 도안을 그리고 원단도 잘라야 하는데 첨단 장비가 대신하면서 작업 시간도 최대 절반으로 줄어드는 거죠.”

29일 오전 서울 금천구 서울패션스마트센터. 직원 한 명이 디자인한 후드티를 3차원(3D) 형식으로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띄우며 설명했다. 마우스로 몇 번 클릭하자 마술같이 도안이 ‘뚝딱’ 나왔다. 잠시 후 자동재단기의 로봇팔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입력된 도안에 맞춰 원단을 잘라냈다. 이 원단을 봉제사들이 재봉틀로 이어 붙이자 여러 벌의 후드티 샘플이 순식간에 완성됐다.

○ 정보기술(IT) 접목해 도약 꿈꾸는 봉제산업

서울시 1호 스마트앵커시설 서울패션스마트센터가 이날 문을 열었다. 패션의류 소공인(패션의류 디자이너)들의 의견을 수렴해 연면적 1247m²의 공간을 △자동재단실 △공용장비실 △교육장 △창업공간 △사무공간 △마스크제조시설로 꾸몄다. 앞으로 소공인의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게 되는데, 청년들의 아이디어와 봉제기술 숙련공들의 노하우를 접목해 다양한 협업도 시도할 예정이다.

센터가 금천구에 자리 잡은 것은 이 지역이 오랜 시간 한국 봉제 산업의 주축을 이뤄왔기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40여 년간 봉제장인들은 금천구와 구로구 일대에 터를 잡고 패션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질 좋은 제품을 납품해왔다. 하지만 기업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중국 베트남 미얀마 등 해외 공장에 생산을 맡기면서 봉제 산업도 침체 수순을 밟았다.

서울시와 금천구는 센터를 통해 봉제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고 침체된 지역경제도 살릴 생각이다. 단순하게 예산을 지원하거나 취업 연계로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IT를 봉제 산업에 접목시키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원스톱’, 판로 개척도 지원

가장 주목할 점은 센터에서 시제품 디자인부터 자동재단, 봉제, 마감, 생산까지 한번에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개 소공인이 디자인한 도안을 시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장에 제작 의뢰를 해야 하는데, 물량이 적다 보니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다. 이후에도 판로를 알아서 개척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반면 센터에서는 첨단 장비인 자동재단기를 이용해 소량이라도 다양한 시제품을 직접 만들어낼 수 있다. 사전 예약만 하면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시제품을 실제로 제품화하고 싶다면 센터에서 금천구 일대 봉제장인과 패션브랜드를 연결해준다. 영세한 소공인은 시제품 제작 비용과 판로 개척에 들어가는 시간을 아낄 수 있고, 봉제장인에게는 일감이 생기는 것이다.

패션산업 창업가를 위한 실전 교육도 한다. 패션 분야의 대학 교수와 기업 임원이 첨단 기술을 활용한 디자인 교육부터 이커머스, 팝업매장 운영 등 실제 창업에 필요한 내용을 가르칠 예정이다. 박광규 센터장은 “디자인고 학생부터 대학생, 취업준비생까지 패션산업을 꿈꾸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친환경과 리사이클 등 패션계의 최신 트렌드도 교육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세먼지 등에 대비해 보건용 마스크 생산 시설도 센터에 갖췄다. 내년부터 연간 550만 장을 생산할 수 있는데 모두 감염취약계층에 보급한다. 김의승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서울패션스마트센터는 패션의류 소공인과 청년창업자를 위한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도심 제조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지역경제도 살리고 일자리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패션스마트센터#시제품#컴퓨터#디자인#로봇#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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