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옵티머스 수사 4개월 미적대다… 뒤늦게 ‘특수통’ 5명 증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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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다스 담당 검사 등 투입
전담수사팀 규모 2배로 커졌지만 이성윤 중앙지검장 수사의지 의문
‘철저수사→팀 증원→10명이상 충원’
윤석열 총장, 이성윤 지검장에 3차례 지시… 실체규명 부실땐 특수본 설치 포석

옵티머스 투자 로비 의혹 전파진흥원 14일 전남 나주에 있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전파진흥원) 건물 
로비에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검찰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 2017년 전파진흥원으로부터 700억 원대의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가 전파진흥원 고위 관계자에게 로비를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나주=뉴스1
옵티머스 투자 로비 의혹 전파진흥원 14일 전남 나주에 있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전파진흥원) 건물 로비에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검찰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 2017년 전파진흥원으로부터 700억 원대의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가 전파진흥원 고위 관계자에게 로비를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나주=뉴스1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검찰총장이 직접 책임지는 매머드급 특별수사단 출범을 예고한 마지막 경고 같다.”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자산운용 전담수사팀이 14일 기존 2배 정도인 18명으로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해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이같이 해석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수사팀 인력을 10명 이상 추가하라고 지시한 다음 날 법무부는 타 검찰청의 검사 5명을 추가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의 검사들도 수사팀에 추가로 합류했다.

윤 총장은 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 이 지검장에게 7일 “철저 수사”, 12일 “수사팀 대폭 증원” 지시를 거듭 내렸고, 다시 하루 만에 증원 규모까지 특정하며 세 번 연달아 지시를 내렸다. 윤 총장의 이 같은 행보는 이 지검장에게 수사 여건을 보장해준 뒤에도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한 실체 규명이 미진할 경우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특별수사단이나 특별수사본부 설치가 불가피하도록 명분을 쌓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올 6월 이후 4개월 동안 수사 미적미적

서울중앙지검은 14일 기존 수사팀인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정용환) 소속 검사 9명에 다른 검찰청에서 파견 받은 검사 5명, 중앙지검 내부에서 충원한 4명이 추가된 검사 18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앞서 법무부는 “금융 회계 분야에서 풍부한 수사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경력 검사 5명의 직무대리 발령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올 6월 옵티머스 수사에 착수해 17개 장소를 압수수색하고 김재현 대표 등 경영진 4명을 펀드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는 등 철저히 수사를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팀 확대 개편으로 관련 의혹 전반에 대해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지검장의 수사 의지가 여전히 의심된다는 시각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올 6월 수사 착수 이후 4개월간 옵티머스 관련 정·관계 연루 의혹에 대해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다가 로비 내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된 최근에야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지검장에 대한 대검 수뇌부의 불신 또한 여전하다. 증원된 수사팀으로도 정·관계 연루 의혹 등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을 경우 윤 총장의 특별수사본부 설치 건의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파견자 중 선임검사는 이 지검장과 근무 인연

법무부가 옵티머스 수사팀에 파견하기로 한 검사는 최종혁(사법연수원 36기), 최재순(37기), 김창섭(37기), 남대주(37기), 남재현(변호사시험 1기) 등 5명이다. 이 검사들은 옵티머스 측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주로 담당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순 대전지검 검사는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을 조사하며 국정농단 사태 관련 주요 진술을 끌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검사는 법무부 형사기획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현 반부패수사1부) 등에서도 근무했다. 김창섭 청주지검 검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 수사를 맡았고 공판에도 관여했다. 공인회계사(CPA)인 남재현 서울북부지검 검사는 ‘운동권의 대부’로 불렸던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 사건을 수사해 허 전 이사장을 구속 기소했다. 남대주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최종혁 광주지검 검사는 이 지검장이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소속 연구관으로 근무한 인연이 있다. 이 지검장의 전주고 동문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검찰의 엄정한 수사에 어느 것도 성역이 될 수 없다”며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옵티머스와 라임자산운용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배석준 eulius@donga.com·위은지 기자
#옵티머스 로비 의혹#검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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