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고향길 좌절됐지만…“명절증후군 없는 한가위”

  • 뉴스1
  • 입력 2020년 9월 29일 06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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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명절마저 ‘비대면’으로 지내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전통시장의 수입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2020.9.28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명절마저 ‘비대면’으로 지내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전통시장의 수입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2020.9.28 © News1
서울 도심에 사는 직장인 김지혜씨(가명·30)는 오는 추석 연휴 때 고향인 경상남도로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 때문이다.

김씨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명절 잔소리도 피할 수 있어서다. 미혼인 김씨는 “명절마다 결혼 언제 하느냐, 사귀는 사람 있느냐는 잔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렸다”며 “이번 연휴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는 30일 추석 연휴를 시작으로 닷새간 휴일이 이어진다. 다음 달 3일 개천절에 이어 일요일인 4일까지 휴일이 보장되는 올해 최장 연휴다.

예년 같으면 고향 떠날 채비를 하는 직장인이 많았겠으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에 사는 최민오씨(가명·26)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다. 서울이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지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고향에서 열리는 명절 모임에 참석했다가 혹시나 모를 감염 가능성이 생길 수 있어서다.

최씨는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건은 아니지만 혹시 내가 ‘무증상자’일지 모를 일”이라며 “가족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고향행을 결정할 수 없었다”고 했다.

최씨도 ‘명절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고향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사실 귀찮고 차례상 차리는 것도 스트레스”라며 “이번 연휴 고향에 가지 않는 대신 여자친구나 서울에 있는 친구를 만날 생각”이라고 전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40대 여성 이민희씨(가명)는 “주변을 보니 지인 몇몇은 코로나19 핑계로 시댁에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부러워 하며 “코로나19 덕분에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가족 모임이나 귀향, 대규모 제사를 최소화하는 이른바 ‘코로나 추석’이 예고되지만 이씨 가족들은 주변 지인과 달리 친척 집에 가기로 했다.

이씨는 “광주엔 확진자가 거의 안 나와 경각심이 사라진 데다 시골이라 그런지 예정대로 명절 행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추석 스트레스’를 각오한 듯했다. 그는 “추석 스트레스는 ‘누구는 설거리를 하고 누구는 안 한다’, ‘누구는 음식을 사 왔는데 누구는 안 사 왔네’ 하는 잔소리”라고 했다. 그는 “손주들 모이면 손주들 간 비교도 한다”고 했다.

취업 준비생인 김은희씨(가명·25)는 “연휴 때 원래 3일씩 친척 집에 머무는데 올해는 이틀만 있기로 했다”면서도 “일부 어른은 코로나 방역보다 제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사는 그대로 진행한다”며 “사실 취준생으로서 추석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가족이 보고 싶어 고향에 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서는 ‘고향 안 가기’ 흐름이 눈에 띄고 있다. “올 추석은 안 와도 된데이” “불효자는 ‘옵’니다” 등 지방자치단체가 내건 현수막 문구를 공유하며 올 연휴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필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개인적으로 연세가 많은 부모님, 기저질환 있는 부모님이 있다면 올 추석은 영상이나 전화로 인사드리는 게 좋겠다”며 “부모님을 꼭 봬야 한다면 마스크를 꼭 끼고 만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천 교수는 또 “젊은 층은 무증상자가 워낙 많아 자신도 모르게 타인을 감염시킬 수 있다”며 “대중교통을 타고 가야하고, 밥 먹는 과정에서 감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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