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성폭행” 무고 사건…대법선 무죄로 뒤집혔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9월 17일 12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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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무고
1·2심 "피해자가 보인 태도 아냐"…유죄
대법 "피해자 대처, 관계에 따라 다르다"

자신의 지도교수이자 상담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무고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여성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교수와 제자의 관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이 친밀감을 보였더라도 성폭행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박사과정을 준비하던 A씨는 지도교수인 B씨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고소했다가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A씨는 전문심리상담사 자격을 얻기 위해 수련생으로 등록했고 B씨는 수련지도자였으며, 이후 B씨의 권유로 A씨는 그에게서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1심은 “강간 피해자가 그 가해자를 일주일 만에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생일파티 겸 집들이를 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라며 “A씨가 B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 등을 종합해 볼 때 의사에 반한 성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2심은 A씨에게 더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A씨는 B씨가 폭행해 강간했다는 취지로 고소했으나 B씨와의 내연관계가 드러나자 ‘그루밍 수법’으로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자신을 간음했다고 변경했다”면서 “B씨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A씨가 ‘그루밍 수법’에 의해 학습화된 무기력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방해받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성폭행 피해를 허위로 단정할 수 없으며, B씨가 업무상 위력을 사용해 간음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고소내용이 바뀐 것에 대해서는 “A씨가 B씨를 만날 당시의 처지와 심리적 상태 등을 나름의 근거로 밝히면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평가하는 게 타당하다는 점을 호소한 것”이라며 “주관적 법률평가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언정 허위사실을 고소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B씨가 위력을 사용했는지에 관해서는 “박사과정의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위계적 관계에 더해 B씨에게 내면의 상처를 고백하고 해결책을 상담받아 왔던 점까지 고려하면 A씨는 내키지 않더라도 복종하거나 B씨와 맺은 관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A씨는 B씨와 계속해 연락을 주고받기는 했다”면서도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가해자와의 관계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가 지도교수이자 상담자이자 수련지도자인 B씨에게 사회적·정서적으로 감화·예속될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여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A씨의 위와 같은 행동을 성폭력 피해자로서 전형적으로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라거나,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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