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탈을 쓴 ‘악마들’ 이제 없어질까?

  • 뉴스1
  • 입력 2020년 6월 16일 08시 16분


코멘트
© News1 DB
© News1 DB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으로 손을 지지는 등 의붓딸 A양(9)을 지속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B씨(35)가 구속됐다. 가혹한 학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이제와서 선처를 구하고 있는 B씨와 조현병을 사유로 전문가의 진단을 얻어 경찰 조사를 연기한 친모의 비상식적 행동을 놓고 분노한 국민들은 재방발지 대책과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아동학대 처벌 강화 및 아동보호 국가시스템 도입을 요청하는 글과 학대를 가한 부모에게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글 모두 1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동의하는 등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참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인 지난해 9월에만 해도 인천 미추홀구의 한 자택에서 손발이 묶인 채 의붓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하다 숨진 5살 아이가 있었다.

해당 사건에 경악한 사회는 매번 재발 방지를 외쳤지만, 현실은 바뀐 것이 없었다. 그렇게 어른들이 반짝 관심을 보이고 관심을 잃어갈 때 우리 아이들의 삶은 여전히 비참하기만 하다.

◇매맞고 버림받고…아동 삶 만족도 OECD ‘최하위권’

실제로 우리나라 아동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 물질적으로는 풍족해졌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삶의 만족도는 하위권이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아동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국아동 삶의 만족도는 6.57점이다. 5년 전(2013년) 6.10점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OECD 회원국 평균(7.6점)보다는 낮은 수치다. 스페인의 경우에는 8.1점, 스웨덴 7.7점 , 미국 7.5점, 영국 7.5점이었다.

우리나라 아동은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건강하지 않은 상태다. 우리나라 9∼17세 아동 97.2%는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1주일에 하루 이상 운동(30분 이상)을 하는 아동은 36.9%에 불과했다.

정서적으로는 스트레스 인지율 40.4%, 우울감 경험률은 27.1%로 집계됐다. 9~17세 아동의 3.6%가 심각하게 자살을 고려한 경험도 있었다.

그럼에도 아동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다. 복지부가 2017년 12월 진행한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전국 20~60세 국민 1000명 가운데 76.8%가 ‘체벌이 필요하다’(68.3% ‘상황에 따라 필요’, 6.5% ‘필요’, 2.0% ‘매우 필요’)고 답했다.

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하기는커녕, 여전히 훈육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아동학대는 절대 다수로 가정 내 부모로부터 발생

아동을 훈육의 대상으로만 본 결과 아동학대의 절대 다수는 가정 내에서 발생했다. 2018년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가정 내에서 발생한 사례가 1만9748건(80.3%)이었다.

또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7.7명은 부모이고, 재학대 사례의 95%도 부모에 의해 발생했다.

학대유형도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이중으로 가하는 중복학대 사례가 가장 많았다. 2018년 피해아동의 사례를 살펴본 결과, 신체적 정서적 중복학대는 47.9%에 달했고 정서학대(23.8%), 신체학대(14.0%) 순이었다. 심지어 성학대도 3.7%에 달했다.

피해아동이 절대 다수로 가정 내에서 학대를 받고 재학대도 가정에서 일어나지만 피해아동들은 여전히 원가정에서 보호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피해아동 사례 중 82.0%는 원가정보호가 지속됐으며 분리조치가 지속되거나 분리조치된 경우는 13.4%에 불과했다.

◇훈육과 체벌에 길들어진 아이들…학대도 무심히 넘겨

민법에서 부모의 징계권이 명시된 우리나라에서 체벌은 일상화돼 있다. 이는 지난해 발간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생애주기별 학대 경험 연구’(류정희 등)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우리나라 아동 10명 중 6명꼴로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피해 아동 대부분이 학대를 훈육에 필요한 것으로 여기거나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사에서 신체학대 피해를 경험한 아동을 대상으로 본인의 경험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나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쳤는지’ 질문한 결과 ‘전혀 나쁜 영향을 주지 않았다’라는 응답이 46.6%로 가장 높았다. ‘약간 나쁜 영향’이라는 응답이 41.4%로 다수의 피해 아동이 본인의 경험이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이러한 신체학대 피해 경험이 ‘나 자신을 가르치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하는지’를 질문한 결과 필요한 일이라는(매우 그렇다+그런 편이다) 응답이 전체 피해 아동의 80.8%였다.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그렇지 않은 편+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전체 피해 아동의 20.2%에 그쳤다.

이 조사를 진행한 연구자들은 “학대가 본인에게 필요한 일이었다고 스스로 인식하는 대부분의 아동들을 학대 경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체벌 위주 훈육방식에 변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이 부모의 징계권을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법무부가 마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번에 민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이 역시 처음이 아니다.

그럼에도 개정이 더딘 이유는 부모가 아이들을 키우는데 적절한 징계는 필요하다는 사회적 통념과 징계권을 삭제하더라도 예외적인 사항을 둬야 한다는 주장 때문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를 가정에서 키우는데 징계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민법에서 예외없는 징계권 조항 삭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