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코로나로 배달서비스 급증… ‘언택트 소비’ 만족하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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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CGV 여의도점에서 한 소비자가 직원과 접촉하지 않고 기계를 통해 직접 팝콘을 사는 모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CGV 여의도점에서 한 소비자가 직원과 접촉하지 않고 기계를 통해 직접 팝콘을 사는 모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 성인 남녀 10명 중 7명은 ‘언택트(비대면) 소비’를 늘렸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10명 중 9명은 앞으로도 계속 언택트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화상회의, 원격수업에 이어 이제 소비 분야까지 직접적으로 변화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서영: 엄마, 요즘 ‘언택트 소비’가 늘어났다고 하는데 그게 뭐예요?

엄마: 언택트란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반대를 뜻하는 ‘un’을 붙인 신조어란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형태의 소비가 늘어난 현상을 말하는 거지.

서영: 아, 비대면요. 저도 햄버거 주문을 자판기로 해본 적이 있어요.

엄마: 그래. 온라인 쇼핑이나 비대면 배달서비스 등도 여기에 속한단다. 그런데 이러한 언택트 소비에는 수학적 분석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 알고 있니?

○잘 팔리는 이유를 분석하라

지난달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성인 남녀 32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언택트 소비 현황’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71.1%는 ‘최근 언택트 소비가 증가했다’고 답했답니다. 가장 많이 하는 언택트 소비로는 온라인 쇼핑이 90.3%(복수 응답)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모바일 선물하기(39%), 매장 내 모바일 앱 원격 주문(26.1%), 온라인 계좌 개설 등 금융권 비대면 거래(22.7%)가 뒤를 이었습니다. 언택트 기업들은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면서 동시에 소비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합니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은 제품이 왜 잘 팔렸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죠. 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기업들은 데이터의 종류 중 알아내고자 하는 목적에 맞춰 분석 방법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주성분 분석’입니다. 다양한 데이터를 혼합해 그 본질을 파악하는 방법이죠. 주로 취합된 데이터 사이의 관계성을 알아내기 어려울 때 많이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상품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할 경우, 소비자들이 해당 상품의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구입했는지를 파악해 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에 사용되는 행렬



데이터 분석을 할 때 유용하게 사용되는 수학적 방법이 바로 ‘행렬’입니다. 행렬이라고 하면 마트의 계산대나 콘서트 입장을 위해 서 있는 긴 줄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수학에서 말하는 행렬은 수를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이 되도록 나열한 것입니다. 이때 행렬의 각 수를 ‘성분’이라고 하고, 가로줄을 ‘행’, 세로줄을 ‘열’이라고 부릅니다. 줄을 세우는 것은 비슷하나 여기에는 독특한 규칙이 정해져 있습니다.

한 가족이 상품 ‘갑’과 ‘을’에 대해 느낀 만족도를 5점 만점으로 적은 내용이 ‘표1’과 같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표의 점수만을 추출해 가로세로 순서대로 늘어놓고 괄호로 묶은 것을 수학에서는 ‘행렬’이라고 부릅니다. 수만 추출해서 적어 놓으면 점수의 분포나 차이를 살피기 쉬워지겠죠.

행렬은 괄호 안에 행과 열의 순서를 적어서 위치를 나타냅니다. 첫 번째 행, 첫 번째 열의 수 5는 ‘(1,1)’이라고 적고, 세 번째 행의 두 번째 열 4는 ‘(3,2)’라고 적는 식이죠. 행렬과 행렬을 계산할 수도 있습니다. 행렬의 덧셈과 뺄셈은 같은 크기와 같은 모양의 행렬끼리만 가능합니다. 같은 위치에 있는 숫자들끼리 더하거나 빼면 됩니다. 곱셈은 의미를 고려해 다른 규칙을 적용합니다.

행렬을 이용하면 무엇이 좋을까요? 첫째는 위치를 나타내는 점을 대칭이동하기 편리합니다. 또 복잡한 방정식, 그것도 두 개 이상의 조건에서 공통의 해를 찾는 연립방정식을 풀 때 도움이 됩니다. 변수가 몇 개 안 될 때는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변수가 많아지면 풀이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이때 행렬로 숫자를 표현하면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행렬을 활용한 주성분 분석


주성분 분석을 활용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배달업체에서 소비자들을 상대로 음식점 만족도 설문조사를 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A부터 H까지 8개의 동종 음식점을 대상으로 소비자들이 어떤 음식점을 왜 선호하는지 조사해 봤습니다. ‘맛’과 ‘배달시간’에 대한 만족도를 각각 5점 만점으로 조사한 결과를 표로 나타내면 ‘표2’가 됩니다. 행렬로도 표현이 가능하겠죠.

이 결과를 가로축이 ‘맛’, 세로축이 ‘배달시간’인 좌표 평면 위에 나타내 보면 ‘그림1’과 같습니다. 각 점은 사방으로 흩어져 있어 소비자 만족도에 따른 경향을 알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각 점들을 중심으로 임의의 선을 그어보면 어떨까요? 붉은 선으로 표현된 선은 오른쪽 아래로 갈수록 ‘맛에 만족한다’, 왼쪽 위로 갈수록 ‘배달시간에 만족한다’는 걸 알 수 있겠죠. 초록색 선은 오른쪽 위로 갈수록 ‘맛도 배달도 만족하는’ 음식점이라는 뜻이 됩니다.


이렇게 축을 다시 설정하면 ‘그림2’처럼 각 음식점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됩니다. 새로 설정한 축은 앞으로 각 변수들을 바라보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주성분’이라고 부릅니다. 이미 있던 각 변수의 분포를 축 이동만으로 다시 나타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행렬을 사용하면 더 쉽게 계산이 가능합니다.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에 한몫하고 있는 소비자로서 각 언택트 업체가 진행한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고 수학적인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박지현 반포고 교사
#언택트 소비#코로나19#행렬#데이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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