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방문자 추적’ 사생활 침해 논란…“위험한 발상”

뉴시스 입력 2020-05-13 16:15수정 2020-05-1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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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방역당국에 이태원 기지국 접속명단 제출
이태원 클럽 방문자 '연락두절' 인원 수천명 육박
"사생활 침해 대상자에게 충분한 양해 구했어야"?"목적의 정당성, 수단·절차 정당성까진 보장안해"
이태원 클럽발(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당국이 이태원 방문자 추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3일 이동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최근 지난달 24일 0시부터 이달 6일 24시까지 이태원 내 5개 클럽·주점·호프 인근의 기지국 접속 정보를 방역당국에 넘겼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세심하고 민주적인 공권력 행사 방식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황 변호사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특정 지역을 거쳐간 게 잘못이 아닌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을 무작위로 캐내는 게 원칙적으로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 방법이 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을 적어도 국민에게, 실제로 사생활 침해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양해를 구해야 한다”며 “그런 과정 없이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는 식의 공권력 행사는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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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어떤 목적의 정당성이 수단의 정당성이나 절차의 정당성까지 보장할 순 없다”며 “당장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방문자를 찾아내야 한다는 사고가 당장에는 그럴듯 해 보일 수 있지만 굉장히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체가 이를 의식하고 있는지 여부를 떠나서 당장 눈앞의 목적 달성을 위해 모든 걸 덮으려는 방식으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성숙하고 민주적인 방식은 아니다”며 “기본권을 제한·침해 당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납득 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동반돼야 하는데 이 부분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달 초 황금연휴 전후로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속 신규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은 이태원 클럽 인근 기지국 접속자 명단을 통신사에 요청했다. 이태원 클럽 이용자 가운데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이 수천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통신사는 정부가 요청하면 감염병 의심자로 파악되는 사람의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의 접속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서울시는 앞서 이태원 클럽발 집단발생 사례가 신분 노출을 꺼리는 성소수자가 많이 관여된 점을 고려해 익명검사를 실시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은 익명 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이날 정오 기준 이태원 클럽과 관련된 확진자는 총 119명으로 집계됐다. 남성 102명, 여성 17명이다. 이태원 클럽 방문자는 76명이고, 나머지 43명은 가족·지인·동료 등 이태원 클럽 방문자의 접촉자로 2차 감염 사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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