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곳곳 ‘구멍’…입국자 일탈에 ‘강제격리’ 목소리 커져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30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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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제주 여행 후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 A씨(19·여)가 묵은 제주시 회천동 한화리조트에 일시 폐쇄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A씨는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이 리조트에 묵으며, 숙소 내 활어 판매장과 편의점에 방문한 것으로 역학조사 결과 확인됐다. © News1
26일 오전 제주 여행 후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 A씨(19·여)가 묵은 제주시 회천동 한화리조트에 일시 폐쇄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A씨는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이 리조트에 묵으며, 숙소 내 활어 판매장과 편의점에 방문한 것으로 역학조사 결과 확인됐다. © News1
해외에서 유입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들쑥날쑥한 자가격리 적용 기준과 도덕적 해이 등이 겹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모든 입국자에 자가격리 의무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29일 광주시와 목포시 등에 따르면 목포에 거주하는 A씨(25)는 지난 26일 태국을 여행한 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광주 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 광주의 한 백화점 명품관을 찾았다. 이후 광주의 한 미용실과 대학교 인근 편의점을 갔다가 자택이 아닌 친구집으로 향했다. A씨는 자정이 넘은 시간 PC방에 가기도 했다. 다음날 친구집을 나온 A씨는 택시를 타고 광주 종합버스터미널로 이동, 고속버스를 타고 목포로 갔다.

자택에 도착한 A씨는 보건소로부터 “해외 입국자는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고, 같은날 오후 3시52분쯤 목포보건소로 향해 진단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이날 오후 9시쯤 ‘양성’으로 나왔고 검사 결과에 따라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실 A씨의 경우 정부가 동남아 등 모든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 의무를 확대하기 전에 귀국했기 때문에 관련 지침을 어겼다고 볼 수 없다. 정부는 자가격리 범위를 확대하기 전, 미국과 유럽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한해서만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했다. 여타의 다른 국가들에서 들어오는 이들에게는 외출 자제만을 권고했다. 그러나 A씨에게 권고, 권유 등은 큰 의미가 없었다.

문제는 A씨가 보건소에서 진단검사를 받은 이후다. 보건소는 검체채취와 함께 A씨에게 “외국에서 왔으니 자가격리를 하라”고 통보했지만 A씨는 이를 어겼다. 진단검사 직후 그는 친구들과 PC방과 식당 등을 연달아 방문했다. 보건소에서 나온 A씨는 부대찌개 식당을 갔다가 커피전문점, PC방, 마트 등을 차례로 찾았는데, 이는 도덕적 해이가 고스란히 드러난 대표 사례라 볼 수 있다.

정부는 동남아 등에서 입국한 확진자들이 늘자 29일 모든 해외 입국자들에 2주간의 자가격리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가격리는 여전히 ‘의무’일 뿐, 강제적인 요소는 더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자가격리에서 무단이탈할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외국인의 경우 강제 출국, 내국인의 경우 고발조치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이를 비웃듯 자가격리에서 이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유학생 딸과 어머니가 유증상 상태에서 지난 20일부터 4박5일간 제주도를 여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모녀는 여행 기간 동안 공항과 식당, 테마파크, 카페 등 20여곳을 다녔고 이 결과 70여명의 접촉자를 낳았다.

충북 증평의 60대 B씨도 미국 방문 후 입국, 검체 채취 후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청주의료원과 충북대병원 및 청주 중심가 식당, 은행 등을 방문했다. 강원도 평창군에서도 영국 유학생이 코로나 19 확진 판정 후 자가격리 상태에서 식당 등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이처럼 일탈 사례가 늘자 ‘2주간의 자가격리’가 의무가 아닌 강제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유학생들의 입국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C씨는 “현재의 자가격리 지침에는 자율성이 크다”라며 “해외 확진자가 최근 신규 확진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현 상황에서 자가격리 의무화가 아닌 강제 격리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의 목소리도 뜨겁다. 지난 23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란에 올라온 ‘해외 입국자 강제격리’에 관한 글에는 지금까지 1700여명 이상이 동의했다.

글쓴이는 “온 국민이 힘을 합쳐 겨우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고 있다”며 “그러나 해외에서 들어오는 확진자를 볼 때마다 이제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도 그만 하고 싶어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내외국인들에 대해 강제적인 자가격리 2주 조치를 취해달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원인도 “최근 국내로 입국한 외국인이 선별진료소 방문 후 자가격리를 하지 않거나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느끼고도 일상생활을 계속 한 것으로 확인돼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강력한 제재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별입국 절차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가격리 및 권고 사항을 위반할 경우 외국인은 강제 추방 혹은 입국 금지 등의 제재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 청원에는 지금까지 1100여명이 동의 했다.

정부는 우선 들쑥날쑥한 자가격리 대상 범위를 늘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9일 “4월 1일 0시부터 지역과 국적 상관없이 모든 입국자에 대해 2주간 의무적 격리를 확대한다”며 “정부가 유럽과 미국발 입국자 검역을 차례로 강화했지만, 유례없는 확산세를 감안하면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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