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줄어도 ‘깜깜이 감염’ 늘어… 감염원 못찾으면 계속 번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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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섣부른 낙관은 금물 ‘3대 위험요인’

방역복 모자라… 비옷 입은 의료진 9일 서울 은평구 은평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 옆으로 비닐우의를 입은 관계자(왼쪽)가 일하고 있다. 방역복이 충분하지 않아 우의를 대신 입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방역복 모자라… 비옷 입은 의료진 9일 서울 은평구 은평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 옆으로 비닐우의를 입은 관계자(왼쪽)가 일하고 있다. 방역복이 충분하지 않아 우의를 대신 입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은 건 알겠지만 솔직히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추이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 인사의 낙관적 발언이 이어지자 한 감염병 전문가는 9일 이렇게 말했다. 자칫 시민들에게 ‘이제 안심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게 되면 ‘집단 방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로나19 확산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요소가 곳곳에 있다고 지적했다. 긴장의 끈을 놓치면 안 된다는 말이다.


○ 곳곳 ‘깜깜이 감염’→소규모 집단감염 초래


그동안 코로나19 증가세는 집단감염이 주도해왔다. 특히 대구경북 신천지예수교(신천지)가 결정적이었다. 이 지역 환자의 67.4%가 신천지 신도 또는 2차 감염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질본) 본부장은 9일 브리핑에서 “전국적으로 환자의 79.7%가 집단 발생과 연관이 있다. 이 중 62.5%는 신천지 관련 집단 유행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교적 감염 경로를 밝히기 쉬워 추가 환자를 빨리 발견해낼 수 있었다.

신천지 환자 발생은 줄고 있다. 지난달 28일 635명을 기록했던 대구 신천지 신규 환자는 8일 125명까지 떨어졌다. 반면 대구경북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깜깜이 감염’이다. 질본에 따르면 9일 0시 기준 서울 확진자 중 34.6%(45명)가 경로 미상의 감염자다. 울산 50.0%(12명), 대전 47.4%(9명), 강원 46.4%(13명), 충북 28.8%(7명)도 깜깜이 환자 비율이 높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환자들이 방역망을 벗어난 곳곳에서 소규모 집단 감염을 일으키며 계속 병을 전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과 경기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깜깜이 감염 사례가 많은 것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서울 동안교회 집단감염의 경우 최초 전파자인 전도사의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어 추가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엄 교수는 “대구도 안심할 수 없다. 확진자 10%는 신천지와 무관하다. 이 불씨가 다른 곳으로 튄다면 지역사회 재유행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병원 내 감염 속출→의료시스템 붕괴 우려

병원 내 감염이 빈발하는 것도 문제다. 국민안심병원인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서는 5일 암으로 입원한 환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환자와 의료진 등 1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백병원에서는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입원한 환자가 뒤늦게 확진을 받았다.

병원 내 감염은 감염병이 유행할 때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병원에는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모여 감염 전파가 빠르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전체 환자 186명 중 172명(92.5%)이 병원 내 감염 환자였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원 내 감염은 치사율이 높고 의료시스템 자체가 마비될 수 있어 무엇보다도 위험한 감염 형태”라고 설명했다. 장기 입원으로 심신이 쇠약한 환자들이 모여 있던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사망자가 7명이나 나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요양시설 감염 역시 비슷한 위험을 안고 있다. 고령자와 기저질환자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경북 봉화 푸른요양원에서는 9일까지 54명이 감염돼 1명이 사망했다.


○ 해외 각국 확산→새로운 감염경로 증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중국 이외 국가에서 한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새로운 걱정거리다. 예측이 어려운 감염 경로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미 스페인과 프랑스에 다녀온 30대 남성이 7일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8일에는 이탈리아에 다녀온 20대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9일 기준 109개국에서 11만959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아직까지 중국의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유럽 40개국 9242명, 중동 15개국 5029명, 북남미 지역 10개국 539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구경북 지역의 대규모 감염이 내우(內憂)였다면 이탈리아, 이란, 일본 등 타 국가에서의 확산은 외환(外患)”이라며 “코로나19가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유입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중국과 일본에 적용 중인 특별입국절차 적용 지역 확대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국내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고 국외로부터의 추가 유입을 억제하는 조치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이렇게 밝혔다.

이미지 image@donga.com·강동웅·사지원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깜깜이 감염#병원내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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