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후 원격수업해라”…교육부 권고에 대학들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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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3월 3일 1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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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일 ‘각 대학은 개강 이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원격수업으로 대체하라’고 권고한 것을 두고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실험이나 실습 위주 강의에는 적용하기 힘들고 학생들 입장에서 교육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3일 각 대학들은 면대면 수업이 필수인 실험·실습 위주 강의들의 원격수업 적용 방식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서울 4년제 A대학 관계자는 “직접 마주하고 연기 지도를 해야하는 연극영화과, 합동연주를 연습하는 음대, 실기 수행 과정을 보면서 자세를 잡아줘야 하는 무용과 등은 원격강의로 대체할 방법이 없어서 사실상 수업이 ‘올스톱’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실험을 하거나 여러 명이 협업해 프로젝트 과제를 해야 하는 이공계 수업들도 원격강의로 대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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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히 학생들의 불만이 나온다. 음대생 김모 씨(22)는 “예체능 계열은 비싼 수업료를 내고도 질 떨어지는 교육을 받게되는 셈”이라며 “코로나19가 잠잠해진 뒤에 보충강의를 한다면 주말이나 방학 때 할텐데 개인 일정과 충돌돼 피해를 입는 학생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장애인 학생이 학습권 침해를 호소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서울 B대학에 재학중인 한 청각장애인 학생은 학교 커뮤니티에 “강의실에서는 교수의 입모양을 읽으면서 수업을 따라가는데 영상 화질로 입모양이 제대로 안 보이면 강의 내용을 알아들 수 없게 된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교육부는 장애학생이 원격강의를 들을 때 속기, 수어통역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원하는 학생은 각 대학의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신청해야 한다.

‘수강신청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원초과로 인해 ‘필수과목’을 수강신청하지 못한 학생들은 보통 개강 후 첫 수업에서 교수에게 직접 수강허락을 받는다. 하지만 개강 이후 집합수업 없이 곧장 온라인수업을 받게 되면서 정정기간 내에 이른 바 ‘빌넣(교수에게 빌어서 넣는다는 뜻)’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고전하는 학교가 많다. 동영상을 찍어 올려야 하지만 인력이나 인프라 여력이 없어서 음성녹음 파일이나 강의자료만 업로드하겠다는 학교가 적지 않다.

김수연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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