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주교도소 발견 유골 40구, 5·18 연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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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29일 0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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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암매장 유력장소로 꼽혀 왔던 옛 광주교도소에서 신원미상의 유골 40구가 발견된 가운데 해당 유골과 5·18의 연관성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발견 당시 일부 두개골에서 총상으로 추정되는 구멍이 있었고, 어린 아이로 보이는 크기가 작은 두개골이 발견되면서 “5·18 희생자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5월단체와 전문가들은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데 입장을 같이하지만 “5·18 연관성에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5월단체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사이에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5월단체는 Δ발견된 유골이 법무부가 관리하고 있던 것이 아닌 점 Δ합동분묘 봉분 20~30㎝ 아래에 급히 매장된 점 Δ유골에 비해 두개골 수가 현저히 적은 점 Δ두개골에 구멍과 파열 흔적이 있는 점 Δ일반인 접근 금지구역에 유골이 발견된 점 등을 규명해 40구의 유골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5월 단체 한 관계자는 29일 “5·18과의 연관성을 떠나 유골 40구가 무단으로 매장된 정황은 명백하다”며 “합동조사반 정밀감식과 별개로 이른 시일 내 해당 유골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5·18연관성을 묻는 질문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5월단체는 ‘5·18과 연관이 있다’, ‘어린아이 유골이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5·18 행방불명자처럼 가족과 떨어져 떠도는 유골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5·18연관성도 살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입장이다.

법무부와 국과수, 경찰, 군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반은 “둥근 구멍이 난 두개골의 경우 표면과 단면의 색이 차이가 있었다”며 “사망 당시 손상이라기 보다는 이장 등 중간과정에서 손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어린아이 것으로 추정되는 두개골이 발견됐다고 했지만 육안감식 결과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두개골은 발견됐지만 어린 아이로 추정될만한 두개골은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밀감식을 진행해도 유골의 상태가 좋지 않아 진실규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밀감식은 개체 구분작업과 함께 유전자 검사가 진행될 예정이나 개체 구분작업부터 각종 난관이 예상된다.

합장묘이기 때문에 유골이 많이 뒤섞여 있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한 사람의 유골을 찾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섞여 있어 개체 구분을 하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골의 보존상태도 좋지 않아 DNA 추출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콘크리트함에서 발견된 유골의 경우 습기가 차 있는 상태였는데 습기가 많을수록 DNA가 많이 분해되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콘크리트함 위에서 발견된 뼈의 경우 세포가 있어야 할 부분이 상당히 얇아져 있는 상태로 유골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광주 북구 문흥동에 위치한 옛 광주교도소는 1980년 5월 계엄군과 시민군 사이 총격전이 있었던 곳이다. 당시 군 발표에 따르면 일대에서 시민 28명이 숨졌다.

하지만 실제로 수습된 시신은 11구에 불과해 집단 암매장이 의심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5·18민주화운동 37주년이던 지난 2017년 행방불명자 암매장 발굴작업을 벌였지만 시신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19일 법무부는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부지 내에 있던 무연고자 분묘에 대한 이장작업을 하던 중 관리하지 않은 신원 미상의 유골 40구를 발견했다.

이 유골은 2기의 합동분묘 중 한 곳에서 발견된 가로와 세로 각 1m 크기의 콘크리트함 위, 봉분 흙더미 20~30㎝ 아래에서 별도로 발견됐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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