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중국 여권으로 입국했다고 ‘위장탈북자’ 단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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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24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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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 News1
서울 서초동 대법원. © News1
과거 중국 국적을 통해 중국 여권을 발급받아 한국에 입국했더라도 북한 국적자였다는 사실이 분명하다면 ‘위장 탈북자’라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9)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 국적을 취득한 중국동포 A씨는 1975년께 고향이 북한인 부모와 함께 북한으로 이주해 북한 국적을 취득하고, 북한 주민과 결혼해 아들을 뒀다. 이후 2001년 중국으로 탈북해 중국 국적자로 여권을 발급받아 2007년 12월 한국에 입국했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을 데려오려 2010년 10월 다시 중국으로 출국한 A씨는 입국심사 과정에 신분을 추궁당하자 강제북송이 두려워 자신이 중국 국적자라고 거짓말을 했고, 한국 여권을 압류당한 뒤 풀려났다.

A씨는 주선양대한민국총영사관을 찾아 여권반환 민원을 신청했다. 중국 요녕성 공안청은 이에 A씨의 한국 국적 취득여부가 의심스럽다며 북한 신분증명 자료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요청을 받은 국가정보원은 자료를 제공하는 대신 2011년 1월 A씨가 중국 국적을 회복하고도 탈북자로 위장해 부정하게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통일부는 같은달 A씨에 대한 북한이탈주민 보호결정을 취소했다.

이후 A씨는 중국을 떠돌다 2012년 11월 가족을 탈북시키는데 성공했고, 태국으로 건너가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에 입국하려 했다. 그러나 나머지 가족만 탈북자로 인정돼 입국했고 A씨는 중국으로 추방됐다.

A씨는 2015년 11월에야 중국 여권을 재발급받아 한국에 입국했으나, 검찰은 그가 탈북자로 위장해 각종 지원금을 받았다며 2016년 재판에 넘겼다.

A씨가 2008년 경찰에 탈북자로 신분을 위장하고 자수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통일부로부터 정착금 등 명목으로 480만원을 받은 혐의를 적용해서다.

재판에선 A씨가 탈북 뒤 중국 국적을 회복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중국 국적이 회복됐다면 북한이탈주민에 해당하지 않아 정부 지원금 수령이 유죄가 된다.

1심은 A씨의 중국 국적이 자동 상실됐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이중국적 보유를 허용하지 않는 중국 국적법상 A씨가 탈북 뒤 다시 중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그 전에 북한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북한 국적법에 따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 제척청원을 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탈북자 A씨가 이같은 북한국적 포기절차를 이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심도 A씨가 탈북 뒤 중국 호구부(가족관계등록부)와 여권을 발급받았다고 전제하고 “중국 호구부와 여권이 그 자체로 중국 국적을 취득하거나 회복하는 효력을 갖는 건 아니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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