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처리비용 年 23조원 육박… 플라스틱 재활용 체계부터 바꾸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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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 포장 OUT] <8·끝>
내년은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의 해

서울과 인천에서 들어온 재활용품들이 쌓여 있는 인천의 한 재활용품 선별장. 음식물이 담겨 있거나 재활용이 안 되는 재질과 섞인 재활용품들이 많다 보니 일일이 분리하기가 어려워 상당량은 다시 쓰레기로 배출된다. 인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과 인천에서 들어온 재활용품들이 쌓여 있는 인천의 한 재활용품 선별장. 음식물이 담겨 있거나 재활용이 안 되는 재질과 섞인 재활용품들이 많다 보니 일일이 분리하기가 어려워 상당량은 다시 쓰레기로 배출된다. 인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년 동안 쏟아져 나오는 각종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 25일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폐기물 처리를 위해 쓴 돈이 최대 2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폐기물 발생량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처리 비용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20년을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의 첫해로 정하고 폐기물 재활용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업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자원순환 정책포럼’을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다.


○ 증가하는 폐기물, 비용도 눈덩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2020 토론회’가 열렸다. 폐기물 관리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환경부와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국회의원이 주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불법 폐기물이 사라지지 않는 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폐기물에 대한 기존 사고방식과 이론, 원칙을 모두 허물고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폐기물 발생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 일일 발생량은 2012년 39만4000t에서 2017년 43만 t으로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폐플라스틱이 5704t에서 8162t, 음식폐기물이 1만3000t에서 1만6000t으로 늘었다. 의료폐기물과 건설폐기물도 증가세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습관 변화와 고령화, 재개발 등 우리 사회의 변화상이 폐기물 배출에도 반영되고 있다.

폐기물 처리비용을 t당 10만∼15만 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연간 15조∼23조 원이다. 2019년 환경부 예산(7조8497억 원)의 2∼3배 규모다. 액수만 놓고 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축구선수 손흥민(연봉 110억 원)을 2000명가량 보유할 수 있는 규모다.

반면 기존 시설의 처리능력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 폐기물 처리시설 신증설은 곳곳에서 주민 반대 등에 부닥쳐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국 산업단지 42개 중 76%(32개)는 의무사항인 폐기물 매립시설 설치를 외면하고 있다. 전국 폐기물 매립시설의 3분의 1은 2023년 사용기간이 만료된다. 중국 등 여러 나라가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처리 단가는 2년 동안 1.5∼2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국 곳곳에 폐기물이 불법 방치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 제대로 된 분리배출이 첫걸음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의 시작은 플라스틱 재활용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19일 환경부가 발표한 ‘페트병 재활용 체계 개선’도 그중 하나다. 페트를 비롯한 플라스틱 포장재 배출은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페트의 상태를 고려한 분류는 여전히 미흡하다. 우선 분류부터 세분화한 뒤 고급 재생원료로 재활용하자는 취지다.

실제 분리선별장에선 음식물이 그대로 담긴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에 담긴 채 배출된 페트병 등 이른바 ‘마구잡이’ 재활용품이 골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인천의 재활용품 선별업체 현대자원 최동철 대표는 “재질별로 분리만 잘돼도 재활용을 못 해 버리는 양을 확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분리배출 정책을 바꿔 재활용률을 높인 제주도의 사례도 눈길을 끌었다. 제주도는 2016년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도입했다. 같은 재질끼리 모아 배출하는 것이다. 수거 효율이 좋다보니 3년 만에 재활용률이 20% 증가했다. 소각·매립량은 11% 줄었다. 서울시도 2020년 하반기 폐비닐을 특정 요일에 배출·수거하는 방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재활용이 쉬운 제품 생산도 활성화한다. 올해 말부터 생수·음료 페트병을 투명한 색으로 바꾸고 라벨도 떼기 쉽게 만든다. 이 밖에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공 폐기물처리장 신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와 제대로 된 분리배출에 대한 홍보·교육 강화도 중요한 정책 중 하나로 꼽혔다. 한 의원은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과 분리배출 강화로 폐기물을 줄이는 동시에 재활용하기 쉬운 소재 및 기술 개발, 재생원료 사용 확대 같은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자원순환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민과 지자체, 정치권과 기업이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재활용 쓰레기#플라스틱#폐기물#분리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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