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가족 ‘포토라인’ 안 세운다는 윤석열, 개혁 수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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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5일 0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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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설치된 포토라인. News1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설치된 포토라인. News1
윤석열 검찰총장의 ‘피의자 공개소환’ 전면폐지의 첫 수혜자는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될 전망이다. 검찰이 청와대의 검찰개혁 압박을 수용한 것이란 분석과 아울러 선제적으로 자체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개혁 수위를 조절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조 장관 일가를 둘러싼 고강도 수사 방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인 만큼 ‘셀프개혁’을 앞세워 수사와 개혁을 분리해 ‘조국 수사’에 대한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검찰청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윤 총장은 사건 관계인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고, 수사 과정에서 이를 엄격히 준수할 것을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건 관계인에는 피의자와 참고인 모두 포함된다.

이날 개혁안은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개소환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검찰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데 따른 것이라는 게 대검의 설명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전날 부인 정 교수를 청사 1층이 아닌 별도의 통로를 통해 비공개 출석하도록 하면서 현직 법무부 장관 부인을 ‘황제소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검찰은 앞으로도 한 두 차례 정 교수를 불러 조사해야 한다. 검찰의 공개소환 전면폐지 첫 대상자가 공교롭게도 현직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셈이다.

이번 수사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조 장관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 장관 본인의 소환조사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먼저 청와대와 여권의 검찰을 향한 잇따른 개혁 압박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검찰이 법무부 훈령인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변경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아무런 공론화 과정 없이 개혁안을 발표한 것은 전형적인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다.

조 장관부터도 이같은 일각의 의심의 눈초리를 의식한듯 지난달 18일 당정의 수사공보준칙 개선방안 논의와 관련해 “제 가족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후에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청와대와 여당의 압박이 있으니 검찰이 ‘꼬리 내리기’식 개혁안을 발표한 것”이라며 “상관인 법무부 장관에게 특혜를 주는듯한 모습”이라고 짚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과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자유한국당 등 야권을 비롯한 범보수 진영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광화문 일대에서 문재인 정부와 조 장관을 규탄하는 집회를 연 보수진영은 5일 예정된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서초동 촛불집회에 대한 ‘맞불’ 성격의 집회를 예고한 상황이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소환절차마저도 왜곡된 수사가 과연 실체적 진실을 밝힐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말하는 검찰개혁이 ‘죽은 개는 죽도록 때려도 되고 살아있는 권력은 손대지 말라는 건지 되묻고 싶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대검 관계자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윤 총장이 7월 취임해 8월부터 수사공보 개선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해 왔다”며 “그 이전부터 대한변협과 포토라인 개선방안 토론회를 진행하는 등 준비해 왔던 내용의 개혁방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기가 어떻든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책이 마련되는 것은 의미가 있다”라고도 했다.

일각에선 윤석열 총장이 조국 장관의 법무부가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전에 자체 개혁안을 내놓는 식으로 선긋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개혁이 소명이라고 공언해 온 조 장관은 취임 직후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구성, ’검찰 직접수사 축소‘와 ’형사·공판부 검사 기용‘ 권고안이 나오자마자 이를 위한 검찰 직제와 인사규정 개정을 지시했다.

조 장관은 4일 출근길에서도 검찰개혁과 관련해 “법무부와 여당의 협의가 있었고 대통령의 지시도 있었다. 향후 법무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속도감 있게, 과감하게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개혁의 주체는 법무부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검찰의 움직임도 발 빠르다. 대검은 지난 1일 전국 7개의 특수부를 서울중앙지검 등 3곳으로 줄이고, 외부기관 파견 검사 57명을 전원 복귀 시켜 형사·공판부에 투입하도록 하겠다는 개혁안을 내놨다. 문 대통령인 검찰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이었다.

한발 더 깊이 들어가면 윤 총장이 선제적인 ’셀프 개혁‘을 내세워 여론의 검찰 개혁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것과 동시에 조 장관을 정면으로 향하는 수사 행보를 한치의 양보 없이 꿋꿋하게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윤 총장의 속내는 서초동을 둘러싼 촛불집회의 구호인 ’검찰개혁‘과 ’조국수호‘를 분리 대응하면서 ’조국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투에서는 지더라도 전쟁에서는 결국 이기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정 교수 추가 소환 이후 이뤄질 구속영장 청구와 조 장관에 대한 직접 소환조사 여부를 통해서 좀더 뚜렷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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