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다 뺏는’ 기초연금…빈곤노인 4만9천명 신청조차 못해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4일 0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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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미수급 기초생활 수급자 14.7%↑
연금액 매년 오르는데…생계급여액은 감소

아무런 혜택이 없는 데다 되레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에서 탈락할까 걱정돼 기초연금 자격이 되는데도 신청조차 못하는 저소득 노인이 4만9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인정하는 제도 영향으로 노인들이 실제로 받는 생계급여액은 매년 줄어들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보건복지부(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기초생활보장제도 상 65세 이상 수급자 45만4599명 중 기초연금을 받는 사람은 40만5367명이었다.

소득 수준이 기준 중위소득의 30%인 65세 이상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는 당연히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원하는 기초연금 대상자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10.8% 정도인 4만9232명은 신청조차 못 한 셈이다.

기초연금을 받아도 연금액만큼 생계급여에서 공제되는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제도 탓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게다가 기초연금 수급 시 가처분 소득 증가로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탈락할 위험까지 있다.

기초연금 미수급 기초생활 수급자는 2017년 12월 4만2905명, 지난해 12월 4만7526명 등으로 매년 증가해 올해는 2년 만에 14.7%나 늘었다.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기초생활 수급자 중 65세가 됐을 때 기초연금을 받는 비율은 생계급여 수급권자가 65.8%(205명 중 135명), 의료급여 수급권자 75.9%(9730명 중 7382명),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모두 받는 수급권자(7만1417명 중 3만만7973명) 53.2% 등에 불과했다. 절반에 가까운 기초생활 수급자들이 기초연금 혜택을 포기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생계급여 기준이 되는 최대 급여액을 매년 인상해도 실제로 받는 급여는 해마다 줄고 있다.

복지부 제출 자료를 보면 1인 가구 기준 65세 이상 수급자의 실제 생계급여액은 2017년 26만4670원에서 올해 6월 21만1174원으로 5만3496원 줄었다. 2인 가구도 50만9264원에서 44만9530원으로 5만9734원 감소했다.

기초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감소 폭이 더 컸다. 같은 기간 단독가구는 26만6572원에서 19만9229원으로 6만7343원, 부부가구는 43만8097원에서 36만1130원으로 7만6976원씩 줄었다.

기초연금은 매년 상승하는데 기초생활 수급자의 생계급여액은 줄어든 것이다. 2014년 월 20만원으로 도입된 기초연금은 지난해 9월 25만원으로 인상된 데 이어 올해 4월부터 소득 하위 20%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최대 30만원까지 상향 조정됐다.

정부는 기초연금 삭감 근거로 ‘보충성 원리’를 든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자신의 소득·재산 및 다른 법적 지원에도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게 원칙이니 다른 방법으로 지원받고 있다면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다. 같은 이유로 국민연금이나 산재보험급여, 실업급여 등도 소득으로 보고 생계급여 지급 때 삭감한다.

그러나 소득·재산 등에 따라 자신이 낸 보험료로 지급하는 사회보험과 달리 기초연금은 보편적 수당이므로 성격이 다르다는 게 윤 의원 주장이다. 장애인연금, 장애수당, 장애아동수당, 영유아보육료, 유치원교육비, 양육수당, 국가유공자 등은 소득 산정 시 제외하고 있다.

윤 의원은 “노후 빈곤 해소를 목적으로 도입된 기초연금 제도가 정작 가장 가난한 노인은 외면하고 있다”며 “기초연금 인상으로 인해 기초생활 수급에서 탈락하는 등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 만큼 시급히 제도를 개선해 기초생활 수급 노인들도 기초연금을 온전히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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