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주니어를 위한 칼럼 따라잡기]생의 마지막 2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영화배우 고(故) 신성일은 생의 마지막 시간을 전남 화순의 한 요양병원에서 보냈다. 지난해 10월 중순 인터뷰를 위해 찾았는데, 마치 경치 좋은 곳에 있는 깔끔한 콘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경북 영천에 ‘성일가’란 이름의 한옥을 짓고 만년(나이가 들어 늙어가는 시기)의 거처(일정하게 자리를 잡고 사는 일. 또는 그 장소)로 삼았던 은막(극장용으로 쓰이는 스크린)의 대스타. 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보름여 후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생애 말기로 접어든 어르신이나 환자가 자기가 살던 집에서 임종(죽음을 맞이함)을 맞는 것이 사치일 수도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절반 이상은 요양시설을 찾는다. 지난해 사망한 65세 이상 노인 중 요양원, 요양병원 등 요양시설 이용자는 13만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1인당 평균 707일(약 1년 11개월)을 시설에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에서 말년(일생의 마지막 무렵)을 보내는 기간이 길수록 행복한 임종과는 거리가 멀기 마련이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우리 국민 60.2%는 집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하기를 원하지만, ㉠2017년 국내 사망자 중 14.4%만 집에서 숨졌다.

㉡1991년에는 가정 사망이 75%였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부모님도 상태가 위중해지면 집으로 모셔와 평소 거처하던 방에서 삶의 끝자락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이 한 세대 만에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쇠약한 부모님이나 환자를 가정에서 직접 돌보는 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가정 간호와 임종을 돕는 사회적 시스템이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족이 환자의 통증 관리나 심리적 문제에 의연하게 대처하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 생업을 포기하거나 개인 간병인을 둬야 할 경우라면 경제적 어려움까지 가중된다.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은 것은 대부분 노인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부모 된 마음으로 자녀에게 부담 주기 싫어 마지못해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자식들 역시 어쩔 수 없으니 낯선 곳에서 부모님과 마지막 작별을 하는 것을 받아들일 뿐이다. 대개의 한국인이 의료기관에서 생을 마감하는 사회. 어떻게 하면 죽음이 성큼 다가왔을 때 편안한 환경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작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화두를 우리 모두에게 던지고 있다.

동아일보 8월 20일 자 이진구 논설위원 칼럼 정리

칼럼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세요.

1. 다음 중 본문을 읽고 보일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세요.

① 2017년 국내 사망자 중 집에서 숨을 거둔 사람은 5명에 1명꼴도 안 되는구나.

② 1991년에는 사망자 4명 중 2명이 가정에서 숨을 거뒀구나.

③ 노인 환자의 보호자들은 심리적, 경제적 어려움 등의 이유로 환자를 요양시설에 보내는구나.

2. ㉠과 ㉡을 참조해 다음 중 잘못된 말을 고르세요.

① 2017년 가정 사망은 1991년에 비해 5배 가까이 증가했다.

② 1991년에는 10명 중 7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정에서 사망했지만, 2017년에는 10명 중 2명이 채 안 됐다.

③ 가정 사망자는 26년 만에 큰 폭으로 줄었다.

김재성 동아이지에듀 기자 kimjs6@donga.com
#생애 말기#임종#요양 병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