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공무원, 조세심판원에 “신라젠 대표는 고교후배…잘 검토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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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13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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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공무원 A씨가 고교후배인 문은상 신라젠 대표의 조세심판을 돕기 위해 조세심판원 관계자들에게 잘 검토해달라고 얘기하는 등 조세심판 청구사건의 조사와 심리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당한 행위를 한 것으로 감사원 조사 결과 밝혀졌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A씨의 얘기를 압박으로 받아들여 문 대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조사서를 작성했다.

또 조세심판원은 1억원이 넘는 특정업무경비를 마음대로 사용하다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13일 이같은 내용의 ‘기획재정부 및 조세심판원 관련 감사제보 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기재부 A씨는 2017년 6월 고교후배인 문 대표로부터 신라젠의 신주인수권부사채(Bond with Warrant·BW) 인수·행사 관련, 부산지방국세청의 과세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전화를 받았다.

문 대표는 2014년 3월 신라젠이 발행한 350억원의 BW 중 160억원의 BW를 인수했다가 2015년 12월 신주인수권을 주당 3500원에 모두 행사해 457만여주의 주식을 발행받은 후, 2017년 12월 156만여주를 1325억원에 처분했다.

이에 대해 부산국세청은 2017년 6월 세무조사를 거쳐 2018년 1월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문 대표가 BW 신주인수권 행사 당시 신라젠의 대표이사로 특수관계에 해당하므로 신주인수권 행사로 얻은 이익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판단, 494억여원을 부과했다.

A씨는 문 대표에게 기재부에 세법해석 질의신청을 하도록 알려줬고, 문 대표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공교롭게도 A씨는 2018년 3월 세법해석 신청서를 해석하고 국세예규심사위원회(예규심)를 주관하는 자리에 임명됐다. 문 대표는 A씨가 임명된 지 10여일 후 이같은 과세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겠다고 전화했다.

A씨는 같은 달 문 대표의 세법해석 질의신청에 대한 예규심을 개최했다. 당시 예규심에서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문 대표의 거래상대자가 BW 발행법인인 신라젠이 아닌 법인의 주주이므로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아니라고 의결했다.

이 결과에 따라 문 대표는 자신과 BW 인수·행사의 거래상대방인 신라젠 주주 간 거래는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아니고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있어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A씨는 이 사건 담당자인 조세심판원 관계자 3명을 확인한 뒤 2018년 6∼9월 이들 모두에게 직접 전화해 자신의 직위를 밝히면서 문 대표가 자신의 고교동문이라는 말과 함께 신라젠 관련 예규를 기재부로부터 수령해 사건을 잘 검토하라고 하는 등 부당한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세심판원 관계자 E씨는 A씨의 전화를 예규대로 처리하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여, 청구인 문 대표가 제출하지도 않은 기재부 예규를 기재부 담당사무관로부터 직접 수령하고 조세심판관회의 사건조사서에 기재했다고 진술했다.

감사원은 기재부 장관에게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고교후배와 관련된 조세심판 청구사건의 관련자에게 전화해 청탁하는 등 조세심판 청구사건의 조사와 심리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당행위를 한 A씨에 대해 경징계 이상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감사원의 징계요구를 존중한다”면서도 “징계처분의 원인이 되는 징계요구 사유를 달리 볼 여지가 있고, 일부 사실관계가 오인된 부분이 있어 재심의를 신청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조세심판원 관련자의 탄원서 제출과 함께 징계요구의 주요 근거가 된 핵심 관련자의 진술을 번복하는 정정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고도 했다.

이외에도 조세심판원은 1억원이 넘는 특정업무경비를 제멋대로 사용하다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조세심판원은 조세심판 청구사건 조사 활동을 위한 특정업무경비 예산을 편성해 매월 국·과장 등에게 지급한다.

그런데 조세심판원은 특정업무경비를 국·과장에게 지급하지 않고 이들로부터 수령 확인 서명만 받고 현금으로 보관하다가 직원격려금과 명절 선물 구입비로 집행하는 등 기재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을 위반해 특정업무 수행과 관련 없는 기관운영 비용으로 임의 집행했다.

최근 3년간(2016년 1월∼2019년 3월) 조세심판원의 특정업무경비 집행실태를 조사한 결과 총 1억2002만여원(2015년 이월액 포함) 가운데 직원격려금(3878만여원), 직원 명절 등 선물 구입비(3504만여원), 경조사비(595만원) 등으로 1억1354만여 원을 지출하고 648만여원은 현금으로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조세심판원장에게 규정과 달리 특정업무경비를 직원격려금 등 특정업무 수행과 관련 없는 비용으로 집행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요구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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