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함께 늙어가는 부적절한 주택, 국민세금 증대 원인 중 하나”

  • 동아경제
  • 입력 2019년 7월 15일 14시 07분


코멘트
인구고령화에 대비한 아일랜드 유니버설디자인 주택 혁신
인구고령화에 대비한 아일랜드 유니버설디자인 주택 혁신
연세대 이연숙 교수 “아일랜드 주택혁신 정책 참고해야”

최근 정부가 초고령사회 도래를 목전에 두고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포괄케어)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살던 곳에서 본인의 욕구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 정책을 의미한다.

지역사회통합돌봄 정책은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속도만큼 효율적으로 진행되어야 하지만, 서비스 체제가 잘 구축된다 해도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연세대학교 이연숙 교수는 증가 추세에 있는 국민 세금의 주 원인 중 하나가 사람과 함께 노화되는 주택에 있다며, 시대의 흐름에 따른 적절한 정책을 효율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며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능이 쇠퇴 또는 저하된다. 그렇기에 더 안전한 주택이 필요하지만, 주택 역시 사람과 같이 나이를 먹으며 열악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더욱이 취약계층은 처음부터 부실한 주택에서 그리고 노후화되거나 방치된 주택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다양한 위험에 늘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만약 이러한 주택에서 낙상 등의 사고를 당해 구급, 응급시설을 거쳐 요양시설이나 병원에서 오래 입원하게 되면 그 비용은 보이지 않게 고스란히 국민들이 세금으로 부담하게 된다”면서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적은 예산으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 하나가 새로운 주거복지 요구에 적절하도록 적정 주택을 개발·공급하고, 기존 주택의 개조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시범사업 등을 통해 현실에 적용할 때의 문제를 사전 점검하고, 구체적이면서도 포괄적인 지식, 정보와 함께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을 보급하는 것을 꼽았다.

이 교수는 "노후 주택에 사는 노인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에 주택이 늙어감에도 살던 곳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게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휴먼서비스에 의존했던 복지가 이제는 주택 자체도 케어 지원도구가 되고, 다가오는 기술도 자립적인 삶을 지원하는 도구로서 활용함으로써 늘어나는 복지요구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아일랜드는 초고령 국가인 일본의 주택공간 환경 정비 시행착오와 대응책을 보면서 ‘유니버설디자인 주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아일랜드의 ‘유니버설디자인 주택 가이드라인’은 사람들이 고령이 되고 장애를 갖게 되더라도 자신들의 주택과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인 생활이 가능 하도록 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또 이 가이드라인은 신규 주택건설과 기존 주택의 개조가 유니버설디자인 기준을 반영했을 경우 연령, 신체조건, 능력 또는 장애여부에 관계없이 거주자의 요구를 해소해 줄 수 있게 제시됐다. 중요한 것은 이를 보급하기 위해 철저하게 연구하여 실천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먼저 준비하고 교육을 통해 확산하며,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아일랜드도 우리나라 못지 않게 빠르게 성장해 온 국가인데 초고령 미래를 이렇게 일찍 대처했다. 더욱이 단순히 전체 주택의 건설방안이 무장애 설계주택이 아니라 이를 훨씬 뛰어넘는 유니버설디자인주택이 되게 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치매노인이 대부분 집에서 거주하게 될 것을 내다보고 치매노인을 위한 유니버설디자인 주택까지 보급하는 가이드를 제공했다. 이는 2030년 치매인구 127만명, 2050년 271만명을 내다보며 시설과 센터의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너무 다르다. 미래 복지위기는 보건복지부만의 사안이 아니라 국토부를 포함한 다양한 정부부처의 핵심사안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교수는 고령친화환경, 주거복지, 공동체커뮤니티, 지역자력 도시재생, 유니버설디자인 등을 선도해 온 전문가이다.

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