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태수 前한보 회장, 작년말 사망” 공식 확인…150쪽 육필유고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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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4일 14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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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해외도피 생활을 했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사망 당시 95세)이 지난해 12월 에콰도르에서 만성신부전으로 숨졌다는 검찰의 최종 결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예세민)는 정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1일(현지시각) 에콰도르 과야킬시에서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의 넷째 아들 한근씨(55)가 사망 이튿날 과야킬시의 한 화장장에서 정 전 회장을 화장했고 이후 관청에 사망신고 등 행정절차를 모두 마쳤다.

한근씨는 지난달 18일 파나마에서 붙잡혀 22일 국내로 송환된 뒤 정 전 회장이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또 정 전 회장의 유골함, 사망확인서, 화장증명서, 사망등록부, 공증인이 작성한 무연고자 사망처리 서류 등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정 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1일(현지시각) 에콰도르 과야킬시에서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정태수 회장 장례식 모습. (서울중앙지검 외사부 제공) 2019.7.4/뉴스1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정 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1일(현지시각) 에콰도르 과야킬시에서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정태수 회장 장례식 모습. (서울중앙지검 외사부 제공) 2019.7.4/뉴스1
유골함에 있는 유골은 화장된 상태로 DNA 검사가 불가능함에 따라 검찰은 대검 국제협력단 등 유관기관과 에콰도르 정부를 통해 사망 확인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 확인 결과, 정 전 회장과 한근씨는 모두 타인의 인적 사항을 사용했기 때문에 서류상 부자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정 전 회장은 사망당시 무연고자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 전 회장은 에콰도르에서 1929년생 ‘츠카이 콘스탄틴(Tskhai Konstantin)’이라는 키르기스스탄 국적자로, 한근씨는 션 헨리 리우(Sean Henry Liu)라는 미국 국적자로 위장했다.

이에 한근씨는 정 전 회장의 사망절차를 모두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현지 공증인(변호사)의 공증을 받아 사망신고 등 행정절차와 장례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에콰도르 정부로부터 출입국관리소 및 주민청 시스템에 사망확인서와 동일한 내용으로 사망사실이 등록돼 있고 사망확인서도 진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근씨가 제출한 노트북 컴퓨터에서도 정 전 회장의 사망 직전 사진, 입관시 사진, 장례식 사진 및 1분 분량의 동영상이 발견됐다. 사진과 동영상은 사망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을 대비해 한근씨가 직접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1일(현지시각) 에콰도르 과야킬시에서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정 회장 유골함. (서울중앙지검 외사부 제공) 2019.7.4/뉴스1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1일(현지시각) 에콰도르 과야킬시에서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정 회장 유골함. (서울중앙지검 외사부 제공) 2019.7.4/뉴스1
한근씨는 정 전 회장이 사망한 뒤 유골함을 한국으로 보낼 방법을 찾기 위해 미국 LA로 가려다 체포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근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부친을 외국에서 사망하게 한 데 대한 회한을 토로하며 크게 울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전 회장은 자서전 출간을 위해 도피 생활 중이던 2010년쯤을 전후해 A4용지 150쪽 분량의 유고(遺稿)를 직접 써서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도피 이전 자신의 삶과 사업에 관한 내용을 담아 자서전 작가에게 넘겨 자서전을 완성하려고 했다고 한다. 집필 작업은 2015년까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한근씨로부터 원고 원본을 임의제출 형태로 받아 은닉 재산을 추적할 만한 단서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앞서 정 전 회장은 ‘한보학원 산하 강릉 영동대학교 교비 65억 횡령’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이 진행되던 2007년 5월2일 출국했다.

고액체납에 따른 출국금지 대상이었던 정 전 회장은 신병치료를 위한 일본 출국을 이유로 서울행정법원에서 출국금지처분 집행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말레이시아로 출국했다.

이후 그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거쳐 2010년 에콰도르에 정착했다. 수사당국은 2008년 카자흐스탄에, 2009년 키르기스스탄에 각 범죄인인도 청구를 했지만 정 전 회장 소재불명을 이유로 진행되지 않았다.

정 전 회장은 2010년 7월 고려인으로 추정되는 키르기스스탄인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키르기스스탄에서 여권을 부정하게 발급받은 뒤 같은달 15일 에콰도르 제2의 도시 과야킬로 이주했다. 2015년부터는 한근씨가 정 전 회장을 모셨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과야킬 인근에서 유전개발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1~2개의 법인을 더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회장의 교비횡령 사건은 그가 없이 궐석 상태에서 진행돼 2009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월이 확정됐다. 정 전 회장이 사망함에 따라 정 전 회장에 대한 징역형은 집행할 수 없게 됐다. 2225억원대에 이르는 체납액 역시 환수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그는 한보그룹 부도 이후인 1997년 9월 무렵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횡령 혐의로 징역 15년, 2002년 4월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10월을 선고받아 복역하다 2002년 12월 특별사면을 받기도 했다.

한근씨는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 자금 322억원을 스위스에 있는 타인 명의 계좌에 예치해 횡령하고 재산을 국외로 은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다 1998년 6월 도주했다.

검찰과 국세청은 한근씨가 해외에 은닉한 재산을 추적해 환수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국세 253억원도 체납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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