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예뻐서 시집 잘 가면 돼”…진로교육 내 성차별 만연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28일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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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평등 진로교육 실태조사 결과 발표
성평등한 진로교육 필요성에 학교 75.4% 센터 70.8% 공감
학교 37.4% 센터 79.2%는 성평등 진로교육 실시하지 않아
현장선 교재·매뉴얼 부족 호소…정책적 지원 필요 주장도

자유학기제 확대로 학생들의 진로교육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직업상 남녀 성(性) 역할을 고정하는 차별적 요소는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8일 중학교 진로교사와 진로체험지원센터 담당자 등 729명을 대상으로 한 성평등 진로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진로교육 및 진로체험에서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지 확인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실시됐다.

조사 결과 초·중·등 진로교육에서 성평등한 진로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학교 75.4%, 센터 70.8%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반면 학교의 37.4%, 센터의 79.2%는 성평등한 진로교육을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 특정 직업에 특정 성별만 참여하도록 하는 등 방식으로 진료교육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일부 현장 교사들은 “여자는 예뻐서 시집 잘 가면 된다” 와 같은 성차별적 언어를 사용했다.

다른 성별이 다수인 성별 비전통적 직업에 관심을 둔 학생은 학교 76.2%, 센터 77.4%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이 “남자가 무슨 네일아트냐”와 같은 성별 비전통적 분야 진로활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충분한 성평등 진로교육을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와 센터에서 성평등한 진로교육을 실시하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는 교재와 매뉴얼 부족이 다수를 차지했다.(학교 76.2%, 센터 53.8%)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측은 “성평등한 진로교육이 대부분 강의와 특강 방식으로 이뤄져 교육 방식의 한계가 확인된다”며 “성평등한 진로교육 추진 시 외부강사를 활용하는 비율이 높은데 많은 교사들이 외부강사를 섭외할 때 지인의 소개에 의지하는 등의 애로가 있어 일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공급체계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학교의 9.6%, 센터의 12.3%는 진로교육 및 진로체험활동에서 성희롱·성차별을 겪었다. 그러나 학교의 45.0%, 센터의 23.1%는 특별한 대응 없이 상황을 넘겼다고 답해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로교육 사후평가에 성희롱·성추행 여부와 대응을 포함한 비율은 학교 23.7%, 센터 28.1%에 그쳤다.

영국의 경우 2018년부터 교육 및 직업연수 종사자의 진로교육 법정지침을 지정하면서 성 고정관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명시했다. 독일은 5학년부터 10학년까지 여학생을 대상으로 남성 다수 직업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서대문구 진로체험지원센터에서 여학생에게 남성 다수 직종을, 남학생에게 여성 다수 직종을 체험하게 하는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성평등한 진로교육 활성화를 위해 관련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정책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며 “교사, 학부모의 성평등한 진로교육 의식과 역량을 높이고 평가 등 환류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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