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대란’ KT 화재 원인 미스터리로…경찰, 내사 종결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30일 1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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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화재 현장 훼손…원인 규명 못해"
"실화 가능성 낮아…당일 사람 출입 없어"
"간이유증 검사 등 방화 혐의 발견 못해"

지난해 11월 ‘통신 대란’을 불러온 KT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원인은 결국 밝혀지지 못하게 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장시간 화재로 인한 현장 훼손으로 과학적 검증이 가능한 화재 원인을 규명할 수 없어 내사 종결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당시 약 9시간 동안 이어진 화재 등으로 통신구 내부가 심하게 타버려 구체적인 발화지점을 한정할 수 없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결과로 발화지점이 특정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발화 원인도 규명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국과수는 “화재 현장 통신구는 맨홀 지점 주변과 집수정 방향 주연소 지점의 끝부분 사이에서 발화했을 가능성 있다”는 감정결과를 경찰에 보냈다.

발화 원인과 관련해서는 “인적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낮은 점을 고려할 경우, 통신구 내부의 전기적 원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통신구의 심한 연소 변형으로 인해 구체적인 발화지점 한정 및 발화 원인에 대한 논단은 불가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방화나 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경찰의 결론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일 통신구에 출입한 사람이 없고, 간이유증 검사 등 결과 방화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 화재 당일 통신구 내부 작업이나 작업자가 없었고, 화재 현장에서 담배꽁초 등 발화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실화 가능성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기타 원인에 대한 실화 여부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 따라 확인할 수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KT 측의 법규 위반 사항도 없다고 봤다.

경찰에 따르면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는 소방기본법상 ‘특별소방점검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상이 되는 지하구는 1.8m 이상, 높이 2m 이상, 길이 500m 이상이다. KT아현지사 통신구는 폭과 넓이는 각각 2m과 2.3m지만, 길이는 112m로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또 전기·가스 등과 함께 수용된 게 아니라 통신선만 매설된 지하구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공동구에 해당하지 않아 공동구 관리자의 안전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KT아현지사 D등급 축소 분류 논란’은 시정조치됐다.

KT아현지사는 2015년 원효지사와의 통합으로 통신재난 범위가 3개 자치구에 해당돼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따라 C등급으로 상향 조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화재발생 시까지 D등급으로 자체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12월5일자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아 그에 따른 조치도 모두 마쳤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신구내 스프링 쿨러 설치 등 재난대비시설 보완 및 폐쇄회로(CC)TV 설치 등 시설보안을 강화하고, 시설 기준 변경 시 감독 행정관청에 즉시 보고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화재는 지난해 11월24일 오전 11시14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지하1층 통신구 내부에서 발생, 16만8000회선의 유선 회로와 220조 뭉치의 광케이블을 태우고 10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로 인해 서울 중구·용산구·서대문구·은평구·마포구 일대를 비롯해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까지 통신 장애가 발생하며 ‘통신 대란’을 일으켰다. KT 측은 총 469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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