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방사선 의·과학 융합산업 메카’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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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안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에도 이와 비슷한 수출용 신형 연구로가 설치될 예정이다. 기장군 제공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안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에도 이와 비슷한 수출용 신형 연구로가 설치될 예정이다. 기장군 제공
‘세계 일류 방사선 의·과학 융합산업의 메카.’

세계 최대 원자력발전소 밀집지역인 부산 기장군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다.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그동안 지역이 희생했다면 이제부터는 위험이 상대적으로 덜한 원자력 비(非)발전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것이 기장의 꿈이자 현실적인 전략이다.

그 중심에 기장군 장안읍 일원 147만8700m²에 조성되고 있는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업단지가 있다. 이곳에는 이미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2010년부터 가동하며 암 치료 및 연구에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첨단 암 치료기인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의 건물도 완공돼 조만간 기계만 발주되면 2023년부터 가동이 가능하다. 파워반도체 클러스터도 현재 상용화센터가 건축 중이어서 내년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 ‘신형 연구로 조속히 건설 허가 나와야’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에 설치될 수출용 신형 연구로 조감도.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에 설치될 수출용 신형 연구로 조감도.
문제는 이곳에 들어오기로 돼 있는 수출용 신형 연구로(硏究爐) 사업이다. 2010년 7월 10만 기장군민이 “마침내 해냈다”며 유치를 크게 환영한 그 연구로 사업이다.

수출용 신형 연구로 사업은 사업비 4389억 원(국비 3989억 원·시비 200억 원·군비 200억 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다. 2023년 성능검사 및 상용운전 실시가 목표다.

하지만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사태가 발생했다. 2016년 9월에는 경주에서, 2017년 11월에는 포항에서 지진이 연이어 터졌다. 이 여파로 사업 주관 부처인 한국원자력연구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과 건설 허가 부서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정성 심사와 적정성 재검토 등을 내세워 건설 허가를 4년 넘게 미루고 있다.

기장군은 원안위를 10여 차례 방문해 “신형 연구로 건설 허가가 지연돼 동남권 산단에 입주할 기업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라며 조속한 건설 허가를 촉구했다.

그런데 최근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으로 촉발됐다는 정부 연구조사단의 정밀조사 결과가 나와 기장군의 염원에 숨통이 트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기관이 수행한 안정성 용역에 대한 심사 회의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상반기에는 최종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자 기장군과 산업단지에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건설 허가가 나야 지원시설과 연관 산업용지 분양이 가능하다. 특히 방사성동위원소 융합연구 기반사업도 시작할 수 있다.

○ ‘황금알을 낳는 거위’

수출용 신형 연구로는 암 조기 진단과 치료에 쓰이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소형 연구로다. 중성자를 이용한 반도체 생산, 비파괴검사 같은 다양한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신산업 핵심 시설이기도 하다.

2008년 캐나다 연구용 원자로의 노화 문제로 방사성동위원소 품귀현상이 빚어져 세계적으로 암세포의 뼈 전이(轉移) 여부를 알아보는 핵의학영상검사가 마비된 것도 신형 연구로와 관련이 있다. 동위원소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의료수가(酬價)가 높아져 진단이나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목숨을 위협받는 암 환자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동위원소 생산시설을 건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사업을 공모했다. 당시 9개 지방자치단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신형 연구로는 원자력 발전소와는 건설 목적과 규모에서도 차이가 확연하다. 열출력(熱出力)은 발전용의 0.3%에 불과하지만 내진설계는 발전용 원자로와 마찬가지로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기술을 적용했다. 건설부지 역시 지진해일 피해와 각종 재난 방지가 가능하도록 고리원전보다 8배 이상 높은 해발 80m에 마련했다. 운전특성, 건설위치, 잔열제거 방식을 종합 고려할 때 사고위험이 거의 없는 안전한 원자로라고 볼 수 있다.

신형 연구로가 완공되면 그동안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방사성동위원소를 100% 자급자족할 수 있다.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로의 수출도 기대된다.

산단 연관 시설이 본격 가동되면 앞으로 50년간 경제적 이윤 창출 효과는 3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고급 연구원 150여 명을 비롯해 고용유발 효과도 2만1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부산#방사선#과학융합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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