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추징금 환수, 대법 ‘명의신탁’ 결론에 달렸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17일 0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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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가족 명의 차명 재산 환수에 골머리
'명의신탁' 대법 판례 변경 따라 공매 영향
이순자씨 등 가족, 집행 이의 신청 등 진행

미납 추징금 1030억원을 못내겠다며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버티기에 나선 전두환(88) 전 대통령 부부가 명의신탁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론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대법원이 기존 입장을 바꿔 ‘명목상 소유자’가 부동산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전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 명의로 된 연희동 자택을 검찰이 환수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부동산 실소유자 A씨가 명의자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 상고심 사건을 심리 중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지난달 공개변론을 열었다.

현행 부동산실명법에 따르면 부동산을 차명 보유하기로 하는 명의신탁 계약은 무효다. 실소유 관계 파악을 어렵게 하기 위해 부동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보유하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부부 사이에는 명의신탁이 예외적으로 허용되긴 하지만, 전 전 대통령처럼 강제집행을 면하거나 법령상 제한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경우에는 소유 관계를 무효로 하고 처벌한다.

환수대상이 된 연희동 자택의 경우 전 전 대통령 부인 이씨 명의로 돼있다. 검찰은 이씨가 명의자일 뿐 실소유주는 전 전 대통령이기 때문에 범죄수익 환수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바뀌면 연희동 자택 등기 명의를 가져오지 못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검찰이 연희동 자택 실소유주가 전 전 대통령이라는 점을 확인받고, 공매 절차에서 새로운 주인이 명의를 넘겨받는 과정이다. 공매는 경매와 달라서 주택을 구입한 사람이 바로 소유자가 되는게 아니라 명의자인 이씨를 상대로 등기를 이전해달라는 소송을 내야 한다. 현재까지 대법원은 이 경우 명의자가 실소유자에게 등기를 이전해줘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다.

하지만 판례가 바뀐다면 부동산실명법에도 불구하고 이씨가 그대로 명의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연희동 자택을 구입하고도 이씨를 상대로 명의를 원래대로 해놓으라고 할 수 없다면 실제 공매에 나설 이유가 없어진다.

부동산실명법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등기 이전을 거절 할 수 있는지를 대법원이 검토하고 있는 이유는 민법상 ‘불법 원인 급여’ 조항 때문이다. 민법상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계약은 무효지만 불법을 유발한 사람이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없도록 한다.

대법원이 A씨가 낸 소송에서 기존 판례를 유지한다면 이씨는 연희동 자택 명의를 원래대로 돌려놔야 한다. 반대로 대법원이 부동산을 차명 보유하는 것은 불법이고 이 원인을 제공한 실소유자는 등기를 원래대로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고 판례를 바꾼다면 이씨는 그대로 연희동 자택의 명의자로 남는다.

이씨 측 대리인 정주교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조금 있으면 명의신탁 재산을 누구 재산으로 하냐는 판결을 할텐데 굉장히 중요한 판결”이라며 “이 사건도 영향을 받을텐데 검찰이 집행을 하려면 명의를 전 전 대통령 명의로 돌리는 절차를 먼저 해야 하고, 그러고나서 전 전 대통령 재산으로 집행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2013년 당시 장남 전재국씨가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이 맞다’고 진술하고, 전 가족을 대표해서 재산 리스트를 제출했다”며 “이에 대해 아무도 지금까지 이의를 안 하고 전부 인정했는데 이제 와서 이씨의 마음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권력에 기반해서 기업가들로부터 갈취한 뇌물로 만든 토대 위에서 살고 있는 것인데 국민에게 한 약속을 뒤집고 다른 환수대상자들과는 달리 특혜를 주장하는거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씨와 며느리 이윤혜씨 등이 낸 집행이의 신청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가 심리 중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유진형)와 행정6부(부장판사 이성용)에는 이씨가 낸 공매처분 취소소송과 이윤혜씨가 낸 압류 무효소송도 각각 계류돼있다.

이윤혜씨가 낸 압류 무효소송은 지난 15일 변론 없이 선고될 예정이었지만 선고 당일 변론이 재개됐다. 1차 변론기일은 다음달 5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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