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없는 피해’ 보이스피싱, 환급 갈수록 안되는 이유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10일 0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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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보이스피싱 피해 4440억 역대 최고
피해 금액 환급률은 최근 매년 감소세
피해액 금세 빠져나가는 사기 늘어난 탓
'피해비율별 지급' 금감원 환급제도 효과↓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환급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범죄 특성상 생길 수 밖에 없는 환급 제도의 한계, 수법의 고도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는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8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440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전년 2431억원보다 82.7%나 늘어났고, 하루 12억원이 넘는다. 또 피해자 수는 4만8743명으로 일평균 134명이다. 하루 피해자 1인당 900여만원의 돈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사기에 이용된 계좌는 지난해 6만933개로 전년 4만5494개보다 33.9% 증가했다.

그런데 피해액 환급률은 최근 몇 년 사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해 상반기 보이스피싱 환급률은 21.5%(389억원)이다. 2016년 26.2%, 2017년 24.6%로 감소세가 지속되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의 배경으로는 피해자가 사기였음을 알기 전에 피해액을 빼내는 대출빙자형 사기가 최근 늘어났다는 점을 우선 들 수 있다.

8일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엔 검찰·경찰·금감원·지인 등 사칭형에 비해 금융기관을 빙자한 보이스피싱이 더 많은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이 범죄는 피해자가 사기 사실을 인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신고했을 때 통장에서 이미 돈이 빠져나간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사칭형 피해액은 2016년 580억원, 2017년 622억원 정도를 유지하다 2018년 1346억원으로 늘어난 데 반해, 대출빙자형 피해는 2016년 1344억원, 2017년 1808억원, 2018년 3093억원 등 꾸준히 더 높은 피해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다보니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금감원의 보이스피싱 피해금 환급 제도는 그 효과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급 정지된 계좌에 든 돈 총액을 여러 피해자들에게 피해비율 별로 계산해 나눠주기 때문이다.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관계자는 피해 비율별로 환급하는 이유에 대해 “(피해액이 입금된) 시간적인 문제 같은 건 있을 수 있지만, 누구의 돈이 나가는지 돈의 꼬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선 경찰들에 따르면 과거 보이스피싱 범죄 유행 초기인 2000년대 중반의 경우 경찰이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은행에 제시해 피해액 대부분을 찾아주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은 원칙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최근 경찰은 이같은 조치를 거의 취하지 못하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은 물건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계좌에 있는 돈은 채권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이 직접 특정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는 한 요즘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면 돈을 거의 찾기 힘들다”면서 “영장을 발부 받아도 돈을 빼오지 못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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