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무원 정치활동 금지는 협약위반”…ILO, 韓정부에 개선요청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13일 1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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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가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현행 국가공무원법에 대해 ILO 협약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놓았다.

1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따르면 ‘ILO 협약·권고 적용에 관한 전문가위원회’는 지난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가공무원법 제65조가 정치적 견해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ILO 111호 협약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공무원이 정당 등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투표 권유 운동 등 지지·반대 행위 등 정치 운동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4년 당시 교육부 등은 이 법을 근거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요구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정부는 서면을 통해 교사의 경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상 요건”이며 “감수성이 예민한 초중등 학생들의 인성과 기본 습관 개발에 있어서 교사들이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교사들의 모든 활동은 잠재적인 교육의 일부”라는 이유를 들었다.

공무원 정치 활동에 대해선 “정치 활동의 금지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자 “정권의 부당한 압력과 개입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행정부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해 공공의 이익을 고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 관련 법 조항을 검토한 전문가위원회는 “교실 밖이나 가르치는 일과 관계없이 이뤄지는 교사들의 정치적 활동들은 보장받아야 하며 이런 이유로 교사들이 징계를 받지 않도록 보장할 적절한 조치를 즉각 취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공무원의 정치 활동에 대해선 “협소한 직업의 범위에서만 적용돼야지, 공공부문 전체에 적용되선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정치 활동 금지가 필요한 특정 직무 목록을 채택할 수 있는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정부가 1998년 ILO 111호 협약은 고용·직업상 차별 금지를 다루고 있다. 전문가위원회는 111호 협약과 관련해 비정규직·여성노동자·이주노동자에 대한 법·제도·관행 개선을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권고해왔다. 우리나라의 111호 협약 불이행은 ILO 총회 기준적용위원회에 이미 4차례(2009년, 2013년, 2014년, 2015년)나 오른 바 있다.

이런 판단에 민주노총은 “공무원·교사의 정치적 의사표현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지방)공무원법 개정과 고위 공무원이나 선출직 공무원이 아닌 공공기관·협동조합 노동자 선거운동을 허용하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이라는 민주노총 요구가 국제기준으로 뒷받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 없다면 올해 ILO 총회에서도 협약 불이행 문제가 기준적용위원회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사자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그간 교사들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인 참정권과 정치기본권을 부정당한 채 기본적 시민으로서 권리를 박탈당해왔다”며 “정부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바로잡고, 관련 법령의 조속한 개정을 통하여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소수정당에 월 1만원 후원했다는 이유로 1830명에 달하는 교원과 공무원에게 형벌을 가하는 등 공무원과 교원 입에 재갈을 물리고 손발을 묶어왔다”며 “정부와 국회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ILO 권고를 수용하고 각종 악법과 행정조치를 즉각 개선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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