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눈물 속 떠난 ‘김용균이라는 빛’…광화문 영결식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9일 14시 29분


코멘트
‘꿈 많던 청년’이었던 고(故) 김용균(향년 24세)씨가 시민들의 추모 속에서 영결식을 마쳤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노동자 민주사회장 장례위원회’는 9일 오전 4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김씨의 발인을 엄수한 뒤 태안화력발전소로 향했다. 김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그 곳 정문에서 노제를 지내기 위해서다.

노제가 시작되고 조가가 흘러나오자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박태환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산업노조 위원장은 “발전노동자로서 고 김용균님의 참혹한 죽음에 누구보다 죄스런 마음을 전할 수 밖에 없다. 하나의 목숨으로 수많은 목숨을 살려냈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확보했다. 비정규직 철폐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김용균님은 없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둡고 차디찬 컨베이어 벨트에서 목숨을 잃은지 62일이 지났다. 그럼에도 우리는 님을 차가운 냉동고에 그 기간 동안 두고 있었다. 죄송하다”며 “그러나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비정규직노동자, 정규직노동자, 원청노동자, 하청노동자 모든 노동자 구분 없이 하나가 되어 비정규직이 없는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노력을 기억하고 실천하겠다”고 덧붙였다.

노제를 마치고 김미숙씨는 아들이 생전에 일했던 현장을 다시 한 번 지긋이 바라본 뒤 차에 올랐다.

장례위원회는 이어 서울 중구 흥국생명 광화문지점 등에서 차례로 노제를 지낸 뒤 광화문광장에서 영결식을 진행했다.

영결식에는 유가족 외에도 고(故) 이한빛 PD 어머니와 용산 참사 희생자 유가족, 삼성반도체 산업재해 희생자 유가족 등 산재·사회적 참사 유가족이 함께했다.

김미숙씨는 “용균아 너를 어쩔 수 없이 차가운 냉동고에 놔둘 수 밖에 없는 엄마가 너한테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다. 하지만 엄마는 너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야 했고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이 너를 오래도록 기억하도록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며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또 “정부와 서부발전 그리고 네가 속해 있던 한국발전기술에서 어제 너한테 공식사과문을 발표해서 너의 잘못이 없다는 걸 선포했단다. 아들 용균아 오늘 마지막을 너를 보내는 날이구나. 이 엄마 너 없이 어떻게 살라고 그렇게 아무말 없이 가는 거니. 사랑하는 내 아들아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엄마는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구나. 언젠가 엄마 아빠가 너에게로 가게 될 때 그 때 엄마가 두 팔 벌려 너를 꼭 안아주고 위로해줄게.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한다 내 아들 용균아”라며 낭독을 마쳤다.

김씨 화장은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이뤄지며, 장지는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이다. 마석 모란공원은 전태일 열사 등의 묘지가 있는 노동·사회 열사들의 상징적인 장소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1일 오전 3시20분께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연료공급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채로 직장동료에게 발견됐다. 당시 김씨는 협력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으로 석탄운송 관련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김씨의 사망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사회적 여론에 불을 지폈다. 곧바로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가 꾸려졌고, 대책위는 속도를 내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산안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산안법은 결국 12월27일 전면 개정됐다. 이 법이 개정된 건 38년 만이다.

산안법 전부개정안에는 ▲근로자에게 작업 중지권 부여 ▲유해·위험한 작업의 원칙적 도급금지 ▲도급인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 강화, 법 위반 시 제재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것으론 부족하다는 지적들이 제기됐다.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안전관리 책임이 크게 강화됐지만 도급인의 책임 범위와 법 위반 시 제재 수위는 당초 정부가 내놓은 전부 개정안보다 후퇴했다는 것이다. 안전하게 일하기 위한 인력충원은 이뤄지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도 요원하다는 목소리도 던져졌다.

싸움은 결국 해를 넘겼다.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청와대 분수대와 광화문광장에서 연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방지대책과 함께 원청 책임자 처벌, 진상규명위원회 구성을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을 상대로 두 차례 고소·고발도 진행했다.

당정은 설날안 지난 5일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고 사고가 발생한 구조적 원인을 조사하겠다는 내용의 합의안을 발표했다. 여기엔 김씨가 일했던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업무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5개 발전사의 해당 분야를 맡을 공공기관을 만들어 관련 분야 비정규직들을 직접고용하겠다는 방안이었다.

대책위와 유족은 이같은 합의안을 받아들여 김씨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장례는 지난 7일 시작돼 사흘 간 ‘민주사회장’으로 엄수됐으며, 이닐 광화문광장 영결식에는 시민 3000여명이 참석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