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펜션 사고] 보일러 점검 규정 모호해 빌라·황토방서도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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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19일 1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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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 불명 등 중태에 빠진 사고가 발생한 강원 강릉시 아라레이크펜션의 방에 연결된 
가스보일러. 보일러와 배기통이 어긋나 있다(왼쪽 사진 점선 안). 배기통이 제대로 붙어 있지 않으면 연소가스가 역류해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있다. 경찰이 18일 오후 늦게까지 보일러실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사진=독자 제공·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 불명 등 중태에 빠진 사고가 발생한 강원 강릉시 아라레이크펜션의 방에 연결된 가스보일러. 보일러와 배기통이 어긋나 있다(왼쪽 사진 점선 안). 배기통이 제대로 붙어 있지 않으면 연소가스가 역류해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있다. 경찰이 18일 오후 늦게까지 보일러실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사진=독자 제공·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강릉 펜션 사고’의 경위를 수사 중인 경찰은 객실 내 보일러 배기통에서 새어나온 일산화탄소에 학생들이 중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종종 발생해 경각심을 주었으나 한국에선 관련 규정이나 대책이 취약한 실정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3~2017년) 동안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4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무색·무취한 일산화탄소는 일정 농도 이상 흡입했을 경우, 구토·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장기간 노출시 목숨을 잃게 된다.

지난 2월 전북 전주의 한 빌라에선 가스보일러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일가족 3명이 숨졌고, 4월에는 전남 순천의 한 한옥 펜션에서 투숙객 8명이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를 보여 급히 병원으로 이송된 바 있다. 2014년 12월에는 전북 남원의 한 펜션 황토방에서 잠을 자던 숙박객 7명도 일산화탄소에 중독됐다. 2012년 경기 고양시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3명의 사인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18일 강원 강릉시 펜션에 투숙했던 고교생 3명이 사망하고 7명이 의식불명에 빠진 사건도 일산화탄소로 인한 참극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 현장 감식 결과, 학생들이 묵은 2층 객실에 설치된 액화석유가스(LPG) 보일러 본체와 가스가 배출되는 배기통이 2~3cm가량 벌어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측정한 실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155~159ppm. 이는 환경부의 정상 기준치(10ppm)의 15배가 넘는 수치다. 이런 상태에 몇 시간 노출되면 체내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져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미국·캐나다 등에선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펜션에서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가 의무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9월 야영시설에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도록 관련 법규를 마련했지만, 주택이나 펜션은 설치 대상에서 빠졌다.

보일러 점검에 대한 의무 규정도 모호하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박재성 교수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펜션 사고와 관련해 “가스를 사용하는 시설 같은 경우는 1년에 1번 이상 점검을 받아야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규정이 모든 시설에 적용이 되는 것인지, 가스 공급량, 건물 규모가 일정규모 이상의 시설에 적용되는 것인지, 어느 범위까지 점검을 누가 해야 되는 것인지 등 좀 모호하게 되어 있는 부분들이 있다”라며 “법률적인 모호한 부분이 실제로 안전 관리 부실과 연결되는 원인으로도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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