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역 온수관 파열, 100℃ 끓는 물이 분수처럼…“순간적 접촉에도 큰 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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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5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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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역 온수관 파열 사고

사진=동아일보DB
사진=동아일보DB
경기 고양시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배관 파열 사고로 숨진 60대 남성은 치솟는 고온의 물기둥에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근에 있던 시민들은 물론 이들을 대피시키던 소방관들도 화상을 입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5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4일 오후 발생한 고양 백석동 난방공사 배관 파열 사고는 배관에서 지름 500mm 크기의 구멍이 뚫리며 시작됐다. 해당 배관은 외경 1000mm, 내경 850mm에 압력은 12㎏/㎠로, 지름 약 500mm의 구멍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난방공사가 누출 배관을 잠그기 전까지 약 1시간 동안 약 100℃의 끓는 물이 지반을 뚫고 치솟아 순식간에 주변을 덮쳤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번 온수배관 파열 사고로 사망한 손모 씨(69)는 4일 오후 배관이 폭발한 지점 근처를 지나다가 치솟는 고온의 물기둥에 결국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홀로 생활해 오던 손 씨는 내년 4월 결혼을 앞둔 둘째 딸과 예비신랑과 함께 백석역 인근에서 식사를 했다. 오후 8시 30분께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손 씨의 차량을 갑자기 고온의 물기둥과 토사가 덮쳤고, 손 씨는 사고 발생 약 2시간 뒤 전신에 화상을 입은 채 차량 뒷좌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배관이 터진 지점 근처에서 피해자 차량이 발견된 점, 앞 유리가 깨진 점 등으로 추정할 때 순간적으로 치솟은 뜨거운 물이 한꺼번에 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이에 중화상을 입은 손 씨가 뒷좌석으로 탈출하려다가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도로 지하에 매설된 온수배관이 터진 경기 고양시 일산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에서 침수된 도로 위로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소셜미디어 캡처
4일 도로 지하에 매설된 온수배관이 터진 경기 고양시 일산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에서 침수된 도로 위로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소셜미디어 캡처

손 씨 외에도 고온의 물이 도로와 인근 상가까지 들어가면서 화상 환자가 속출했다. 고립된 시민을 대피시키던 소방관 2명도 발에 화상을 입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구급차로 이송된 화상 환자는 총 2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구급차를 이용하지 않고 병원으로 간 환자까지 합치면 40명이 넘는 시민이 화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공학과 교수는 5일 YTN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보통 60℃ 정도 물에서 3초나, 69℃ 정도 되는 물에서 1초만으로도 2도 이상에 근접하는 화상을 입을 수 있다. 그러니까 100℃ 이상의 높은 온도라면 순간적인 접촉만으로도 굉장히 큰 화상을 입을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화상은 국소 손상의 깊이에 따라 1~4도로 구분된다.

1도 화상은 장시간 직사광선 노출이나 높은 온도의 열에 순간 접촉했을 시 피부가 붉게 변하면서 국소 열감과 동통을 수반한다. 물집은 생기지 않고 대부분의 경우 별다른 합병증이나 후유증 없이 낫는다.

2도 화상은 피부의 진피층까지 손상된 상태로 물집(수포)이 생기고, 붓고, 심한 통증이 동반된다. 감염의 위험이 있으며 상처가 다 나은 후에도 흉터가 남을 수 있다. 깊이에 따라 표재성 2도 화상과 심부 2도 화상으로 나뉘는데, 표재성 2도 화상은 진피의 일부만 손상된 상태로 상피 재생이 일어나면서 2주 정도면 회복된다. 반면 심부 2도 화상은 진피층의 대부분이 손상된 상태로 감염이 없을 경우에는 2~4주 후에 회복되며 흉터가 남는다.

3도 화상은 피부 전층이 손상된 상태로 피부색이 흰색 또는 검은색으로 변하며, 피부 신경이 손상되어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4도 화상은 피부 전층과 근육, 신경 및 뼈 조직이 손상된 상태로, 부위에 따라 절단하기도 한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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