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소송끝 징용 피해자들 승소…한일관계·사법농단 파장은

  • 뉴스1
  • 입력 2018년 10월 30일 18시 12분


코멘트

대법 “위자료청구권, 한일청구권협정 적용대상 아냐”
日 강경대응 검토에 배상 미지수…검찰 “새롭게 참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 생존자인 이춘식할아버지(94)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승소 판결 후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 News1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 생존자인 이춘식할아버지(94)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승소 판결 후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 News1
‘양승태 대법원’ 당시 재판거래 대상 중 하나로 지목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전범기업 대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피해자들 승소로 마무리됐다. 대법원의 첫 확정판결로 한일 외교관계와 사법농단 수사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모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유일한 생존 원고 이춘식씨(94)를 포함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1인당 1억원씩을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피해자들이 2005년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지 13년8개월, 대법원에 재상고가 접수된지 5년2개월만의 최종 결론이다.

한일관계 그러나 일본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 강경대응 검토를 시사해 배상금 지급이 실제 이뤄질 수 있을진 불투명하다. 한일 간 외교적 긴장도 높아질 공산이 크다.

이번 전합 판결의 핵심 쟁점은 1965년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과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 간 관계였다. 대법원은 이씨 등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위자료 청구권’으로 해석해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고 확인한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 식민지배,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체불임금이나 보상금을 구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에서다. 대법원은 “청구권협정문이나 그 부속서 어디에도 일본 식민지배 불법성을 언급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대법원은 일본이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전달한 경제협력자금 5억달러에도 ‘강제동원 위자료’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당시 협상과정에서 한국은 ‘다른 국민을 강제동원해 입힌 피징용자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대한 보상’을 언급하며 총 12억2000만달러를 요구, 이 중 3억6400만달러를 강제동원 피해보상금으로 산정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양국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 성격에 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협상과정에서 총 12억2000만달러를 요구했는데도 정작 협정은 3억달러(무상)로 타결돼 요구액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위자료 청구권’도 포함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담화를 통해 “‘일한 청구권협정’에 분명히 반하며 일본 기업에 부당하게 불이익을 준 것으로 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원고들 개인청구권도 소멸됐다는 것이다.

고노 외무상은 특히 이번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언급, 이같은 상태를 시정하는 것을 포함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주일 한국대사도 외무성으로 초치해 항의할 예정이다.

패소한 신일철주금도 이번 대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일본정부 대응상황 등을 감안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일청구권협정에 반하는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배상금 지급이 사실상 요원해 보이는 까닭에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권순일 조재연 대법관의 반대의견에도 눈길이 모인다. 두 대법관은 “청구권협정이 무효라고 볼 게 아니라면 내용이 좋든 싫든 문언과 내용에 따라 지켜야 한다”며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돼 피해를 입은 국민에겐 지금이라도 국가가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법농단 파장 이 사건은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과도 얽혀 있어 이번 전합 판결로 검찰 수사에도 파장이 미칠 여지가 있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이 박근혜 청와대와 공모해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소지가 있는 강제징용 소송 재상고심을 5년 넘게 고의로 지연했다는 정황 등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최근 사법농단 의혹 핵심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도 강제징용 재판개입과 관련해 27쪽을 할애해 범죄사실을 상세히 적시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개입이란 범죄는 없다. 재판개입으로 수사하고 있는 부분은 재판의 불법적 개입이나 헌법가치를 불법적으로 침해하는 과정에서 우리 법에서 범죄 혐의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을 세분해서 추출,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굉장히 오랜 기간을 거쳐 결론이 나왔고 (그 결론이 나온) 과정이 있지 않나”라며 “그 과정에 대해 (이번 판결로) 새롭게 참고할 부분이 생긴 건 맞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