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소송 수두룩…일본 기업들에 배상받을 길 텄다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30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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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면서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다른 사건들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이날 대법원은 일본 기업들이 그간 펼쳐온 핵심 주장들을 대체로 부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30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전합을 통해 처음으로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의 효력’ 범위를 판단했다. 결론은 여씨 등이 겪어야 했던 강제징용은 제국주의 일본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한일 청구권협정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재 법원에는 강제징용 관련 소송이 확인된 것만 12건이 계류돼 있다. 이중 대법원에서 2건이 심리 중이며 모두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것이다. 또 1심과 2심에서 진행 중인 사건들은 미쓰비시중공업, 신일철주금, 요코하마고무, 스미토모석탄광업, 후지코시 등과 연관된 강제징용에 대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인 고 박창환씨 등 5명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이는 국내 법원에서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제기된 첫 강제징용 관련 소송이기도 하다.
양금덕(87)씨 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사건 재판도 대법원의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 양씨 등은 1944년 5월 일본인 교장의 꾐으로 인해 나고야 소재 미쓰비시 항공기 제작소 등에서 강제노역을 하는 등 피해를 봤다.

그간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들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요구에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인해 개인의 대일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됐다’, ‘불법행위 이후 60여 년이 지나 청구권 시효가 소멸됐다’, ‘강제징용 당시 기업과 현재의 기업은 다른 회사다’ 등의 주장으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이 일본 기업 측 주장을 대부분 배척하면서 향후 대법원과 하급심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날 전합은 시효가 소멸됐다는 주장을 부정했으며, 일제강점기 일본제철과 지금의 신일철주금은 같은 회사라고 판단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지금 대법원에 있는 사건이나 하급심에 있는 사건들은 기본적으로 비슷한 방향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에서 국제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는 별개로 앞으로 우리 법원은 판단의 틀을 비슷하게 가져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또 “일본이 자국법상 이를 받아들일지, 일본 기업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이 가능할지 등 실효성 문제는 있을 수 있겠다”면서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상징적으로 의미 있는 판결인데다 이번 판단을 근거로 대상 기업들의 한국 지사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보인다”고 해석했다.

반면 강제징용과 관련한 재판 전체의 틀은 이번 전합 판단을 따르겠으나 사건 별로 구체적 사실 관계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번 판결이 향후 추가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강제징용 관련 민사소송 승소를 무조건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다른 변호사는 “이번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오면서 하급심 판단이 대부분 이를 따르겠지만 모든 강제징용 관련 재판이 앞으로 무조건 승소로 끝난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이번 판결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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